3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후원자에게 지역구 인사들을 위한 명절 선물 비용까지 대신 내게 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수석은 2005년 9월 추석을 앞두고 지역구 인사 151명에게 선물세트(3천20만원 상당)를 배송하도록 후원자 조모씨에게 부탁했다는 것이다.

이 전 수석은 또 조씨로 하여금 2006년 1월 설 전에도 52명에게 선물세트(1천560만원 상당)를 보내게 했으며 같은 해 9월에도 33명에게 46개(1천380만원 상당)세트를 전달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조씨가 이 전 수석을 대신해 계산한 명절 선물 액수는 총 5천960만원에 달했다.

검찰은 조씨에게서 이런 내용의 진술을 확보한 뒤 선물 배송업체에 대한 조사를 벌여 대납 사실과 정확한 금액까지 밝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수석은 조씨로부터 2004년 4월과 2005년 10월 자금관리인 노모(구속기소)씨를 통해 1억5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뿐만 아니라 이 전 수석이 2005년 11월∼2006년 10월 사업가 김모씨에게 자신의 승용차 운전기사 급여(월 170만원)와 차량유지비 등 모두 2천만원을 대신 지급하도록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조영주 전 KTF 사장에게서 5천만원, 두산중공업 전 사장 김모씨에게서 2천만원,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 회장에게서 1천만원, 설비업자 김모씨에게서 2천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각각 수수한 혐의도 적용됐다.

참여정부 실세이자 노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던 이 전 수석은 2004년 총선과 2006년 보궐선거에서 잇따라 낙선했다.

검찰은 그를 대신해 돈을 받은 노씨가 구속기소된 상태에서 4개월째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전 수석을 불구속하는 것은 형평에 많지 않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도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이 전 수석은 그러나 영장심사에 앞서 정 전 회장에게서 1천만원을 받은 사실은 시인했지만 나머지는 "사전에든 사후에든 몰랐다"고 혐의를 부인했으며 영장이 발부되자 "권력기관을 총동원해서 (교도소에) 집어넣으려 하는데 들어가야지. 정치보복은 나를 마지막으로 끝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수석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조직특보를 지냈고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과 정무특보를 지낸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이다.

한편 대검 중수부는 지난해 `세종증권ㆍ휴켐스 비리 사건'을 수사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와 고교동창 정화삼씨,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등을 구속기소한데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인 이 전 수석까지 구속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