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한달을 맞는 16일 김 추기경이 잠들어 있는 용인 천주교 묘원 성직자묘소는 하늘을 부옇게 덮은 황사에도 추모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도 이른 아침부터 김 추기경 묘소에는 삼삼오오 묘소를 찾는 추모객의 행렬이 이어졌다.

추기경 묘소 앞에는 30여 개의 꽃다발과 꽃바구니, 대구대교구 시각장애인 10여 명이 추기경에게 쓴 편지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봉헌자를 밝히지 않은 '사랑의 이별연가'라는 제목의 헌시가 담긴 액자가 꽃과 함께 놓여 있었다.

이날 묘소 앞에서 만난 서울 한남동 꼴벤뚜알 프란체스코 수도원 윤진영 신부는 "평소 검소하게 사시며 사제로서 품위를 지키셨던 추기경을 흠모해왔다"며 "추기경 당신이 자신을 '바보'라 부르시며 모든 것을 버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살려 하셨던 그 모습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윤 신부와 동행한 김말남(60.여) 씨는 "선종하시고 나서 신문과 방송을 통해 추기경의 생활에 대해 자세히 알게 돼 그분을 존경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

용인 구성성당에서 신도들과 함께 묘소를 찾은 최영자(66.여) 씨는 "추기경님은 천주교 신자뿐 아니라 모든 국민의 마음에 살아계신 것 같다.

살아계실 때보다 더 살아계신 것 같이 느껴진다"며 "그분이 하늘나라에서 우리 모두와 우리나라를 위해 기도하시리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성남시 상대원동에 사는 조현일(23) 씨는 "추기경에 대한 존경을 항상 마음속에만 담아왔었는데 회사 휴일을 맞아 성당 친구들과 함께 묘소를 찾았다"고 말한 뒤 고개 숙여 참배했다.

묘원 안병주 관리소장은 "추기경이 계신 성직자 묘역은 주말에 1천여 명, 평일엔 400-500명의 추모객이 찾는다"며 "비가 오는 날에도 200-300여 명이 묘소를 찾아 추기경을 추모하며 연도를 올린다"고 전했다.

한편 김수환 추기경 공식 추모기간 49일째이며 한식인 오는 4월5일 오전 10시 30분 성직자 묘역에서 정진석 추기경의 집전으로 추모 미사가 열릴 예정이다.

(용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