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권 독립 필요" "불법집회 엄벌"
새 모토는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경찰"

강희락 경찰청장이 강남지역 3개 경찰서 직원 600여 명을 물갈이하려는 서울지방경찰청의 인사 계획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강 청장은 16일 취임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강남, 서초, 수서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의 대규모 전보 인사 계획과 관련, "방침을 바꿔 일부 처신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직원을 선별해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청장은 "한꺼번에 수백 명의 직원을 뽑아내고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불가능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도록 서울지방청에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일부 직원들의 비리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감찰 기능을 대폭 강화해 직원들이 단속 업체와 유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 3개 경찰서 민원 부서에서 8년 이상 근무한 경위급 이하 경찰관 600여 명을 다른 지역에 배치하려던 서울경찰청의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되게 됐다.

강 청장은 또 각종 집회에 대한 경찰의 대응 전략과 관련, "불법 집회를 단순히 물리력으로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법을 어기는 시위 가담자를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지금까지 시위는 무조건 물리력으로 막거나 시위대가 해산할 때까지 시간만 끄는 경향이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불법은 그 자체로 타협과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만큼 엄격하게, 일관성 있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사권 독립 문제와 관련해 강 청장은 "밥그릇 싸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이 이중수사에 부담을 겪지 않도록 하고 인권을 보호하려면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법고시 출신인 강 청장의 이번 발언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를 다시 공론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강 청장은 연예인 장자연 씨의 자살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를 어물쩍 끝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사실 관계를 명백히 밝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강 청장은 이날 경찰의 새로운 모토로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경찰'로 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직원들에게 항상 국민에게서 욕을 먹지 말자고 강조하고 있다"며 "욕을 먹지 않으려면 항상 최선을 다해 일해야 하고, 이런 점에서 정성을 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경찰의 모토는 `경찰이 새롭게 달라지겠습니다'였고, 각 경찰서에는 이 문구가 적힌 간판이 걸려 있다.

이와 관련, 강 청장은 "경찰청 본청 건물 간판만 교체하고 일선 경찰서에는 바꾸라고 별도로 지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자신이 청장을 지낸 해경과의 교류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해경과 육지 경찰은 한 몸"이라며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에서 해경 경찰관을 상대로 수사 교육을 하는 등 교류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