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의 고대 도시 시밤에서 15일 한국인 관광객 4명의 목숨을 빼앗아간 폭발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를 둘러싼 의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지 외신은 물론 예멘 관리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주장이 나오면서 사건의 배경과 테러 여부 등 기본적인 사실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예멘이 그동안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 관련 무장세력들의 거점이었고, 크고 작은 테러공격이 잇따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사건 역시 외국인을 겨냥한 테러 공격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현재로선 단정할 순 없는 상태다.

외신들은 예멘 보안관리들의 말을 인용, 외국인을 겨냥한 테러에 한국인 관광객들이 희생됐다고 전하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예멘의 한 보안관리는 자살공격이라고 말했으나 또 다른 관리는 원격조종장치로 도로변에 설치된 폭탄을 터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랍 위성 TV인 알-자지라 인터넷판은 테러조직 알-카에다와의 연관성을 제기했다.

예멘 언론인인 칼레드 알-하마디는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이 알-카에다와 연관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한국인 관광객에 대한 공격이 벨기에 관광객과 폴란드 캠프에 대한 2건의 공격에 뒤이어 발생한 것이며 이들 공격은 예멘의 알-카에다 새 지도부에 대한 발표가 있은 뒤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사건이 테러였다면 자살공격인지, 원격조종 폭발인지 여부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예멘의 한 보안관리는 자살공격이라고 말했으나 또다른 관리는 원격조종장치로 도로변에 설치된 폭탄을 터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떤 방식으로 폭발물이 터졌든지 간에 이 사건이 테러라면 누가, 어떤 목적에서 한국인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는지가 의문으로 남는다.

그간 예멘을 포함, 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은 주로 미국이나 유럽 등 서양 사람들을 상대로 저질러졌지만, 이슬람주의자들과의 이해관계가 비교적 적은 한국인을 직접 겨냥한 사건은 전혀 없다시피 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예멘 주재 한국대사관은 이번 사건을 테러로 단정하기는 성급하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곽원호 주예멘 대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예멘 당국은 폭발물이 터진 곳이 과거에 폐광이 있던 곳이기 때문에 그곳에 버려졌던 다이너마이트가 터졌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번 사건을 테러로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사건이 일어나면 어떤 단체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 그런 단체가 나타나지 않은 점도 테러라고 단정하기 어렵게 하는 부분 중 하나라는 게 곽 대사의 주장이다.

BBC 인터넷판도 로이터 통신의 보도를 인용해 이번 폭발사건이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일 가능성도 있지만, 광산에서 나온 다이너마이트 파편에 의해 폭발이 일어난 것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사건이 테러가 아니라면 누가 폭발물을 터뜨렸는지, 왜 폭발물이 터졌는지가 명확히 규명되어야 한다.

사건 현장에 다이너마이트가 있었더라도 누군가가 도화선에 불을 붙이지 않고서는 다이너마이트가 저절로 터지는 일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예멘 당국은 한국 대사관 측에 이번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고 곽 대사는 전했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