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에는 어느 일자리든 경쟁률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공무원이나 대기업처럼 안정성이 높고 선호하는 직장일수록 호황기보다 더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입성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직업에도 '틈새시장'은 존재한다. 잘 알려진 직업은 아니지만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색 직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직업들은 비교적 수요가 적은 대신 전문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으며 창업도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추려낸 '2009 신생 · 이색 직업'들을 들여다보자.



◆HCI(Human-Computer Interaction) 컨설턴트=인간이 사용하기 편리하고 친숙한 컴퓨터 환경을 연구 · 분석하는 직업.예컨대 버튼식 휴대폰 키패드가 점차 터치 스크린을 활용한 것으로 바뀔 경우,어떻게 휴대폰의 각종 요소와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고객들이 쉽고 편하게 휴대폰을 쓸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다. 현재는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인터페이스 디자이너' 등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유비쿼터스 시대가 열리면 건설 · 환경 등 다른 영역에서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중재활운동사=중력의 영향을 덜 받는 물 속에서 운동하는 프로그램을 짜는 사람.의료기관과 재활 및 건강관리 관련 기관,스포츠센터 등에서 일할 수 있다. 무릎 등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이 가능하며 타박상 등 부상 우려가 적어 고령화시대 노년층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폴리아티스트(Foley Artist)=영화 속에서 실감나는 음향 효과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음향 전문가. 진짜 같은 소리를 내기 위해 다양한 소품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주로 소리를 녹음하는 '폴리 부스'라는 스튜디오에서 일한다.

필요할 경우 외부에서 소리를 따오거나 만들기도 한다. 소리를 창조해야 하기 때문에 상상력 · 창의력이 중요하다. 정해진 기간 내 소리를 만들어야 하므로 집중력이 뛰어나고 체력도 좋아야 한다. 영화 · 미디어 산업이 발전하면 자연히 수요가 늘어나는 직종이며 현재 활동 중인 전문가가 소수여서 상대적으로 시장 전망이 밝다.

◆산업잠수사=물 속에서 산업적 가치가 있는 것들을 발견하고 개발하는 직종.바다에서 침몰한 선체를 인양하거나 수중에 교각을 설치하는 일,화력 · 원자력발전소의 냉각시설 설치 등을 담당한다. 물 속에서 일하기 때문에 압력이 높은 환경에서 고립된 채 추위를 이겨내야 하는 등 체력적인 요인이 매우 중요하다.

국내에서 산업잠수사를 양성하는 곳은 부산 소재 한국산업잠수기술인협회(단기 과정)와 한국폴리텍Ⅲ대학 강릉캠퍼스 산업잠수과(2년 과정)다. 반드시 국가기술자격 잠수기능사 및 잠수산업기사 자격증을 받아야 한다. 수중전문 건설업체,해양경찰 특공대,소방공무원119 구조대,어장정화정비업체,해난구조업체,정유회사,원자력발전소 등에서 일하게 된다.



◆슈가크래프터(Sugarcrafter)=분말로 된 설탕을 반죽해 색을 넣고 모양을 만들어 각종 기념일 케이크와 생활 소품 등을 만드는 사람.슈가크래프트 아티스트,설탕공예가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설탕 공예의 특성상 습하거나 더운 곳에서 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손재주와 미적 감각이 필요하다. 아직 국내에 대형 학교나 공공 교육기관이 없으므로 관련 공방이나 사설학원,문화센터 등에서 배워야 한다. 공방이나 온 · 오프라인 가게 운영이 가능하며 제과제빵 회사,돌잔치 대행사,웨딩 컨설팅 회사,요리학원,호텔 등에 소속돼 활동하기도 한다.

◆기상컨설턴트=날씨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맞춤형 날씨 서비스 전문가'.날씨 변화에 따른 위험을 관리해주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민간 기상예보 업체나 기상 관련 연구소,날씨와 밀접한 마케팅을 벌여야 하는 기업체나 기업 연구소 등에서 활동할 수 있다.

◆애완동물 장의사=현대인들에게 '가족'으로 여겨지는 애완동물이 죽었을 때 장례식을 주관하고 장례 절차와 각종 용품을 준비해주는 사람.사체 이송,장례식 과정의 염습과 입관 절차를 다루는 예식,화장로를 이용한 화장 3단계로 구분되며 보통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한다. 애완동물을 잃은 사람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격려할 수 있어야 하며 서비스 정신이 필요하다. 학력 등의 특별한 취업 요구 사항은 없으며 애완동물 장묘 업체에 입사해 일을 배우는 경우가 많다.

◆카오디오 인스톨러=자동차 업체에서 만든 완제품 차량의 오디오 시스템에 추가적으로 오디오 기기들을 붙여 자동차 안에서 최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조율하는 직종.전기 · 전자 관련 전공자나 카오디오학과 전공자 등에게 적합하다.

◆레이싱 미캐닉(Racing Mechanic)=경주용 자동차가 잘 달릴 수 있도록 경주 전,경주 중,경주 후에 각각 차량 정비를 담당하는 일을 하는 사람.카레이서와 경주차를 유도 · 통제하는 오피셜 등과 함께 팀을 이뤄 활동한다. 소음 노출이 큰 편이고 남들과 경쟁하는 것이므로 경주가 열리는 기간에는 스트레스도 많은 편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