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에서 파문을 일으킨 에이즈 감염자 전모(27.구속)씨는 자신이 알고 있는 여성들의 전화번호 대부분을 '○○(지명)누나', '깜찍이' 식의 예명이나 애칭으로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제천경찰서가 전씨 검거 후 닷새째인 15일까지 상대여성 3명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그친 것도 전씨의 이같은 전화번호 저장습관이 한몫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전씨가 여성들의 전화번호를 자신만이 알아볼 수 있도록 예명과 애칭으로 저장해 놔 일일이 확인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전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70여개의 여성 전화번호가운데 예명이나 애칭으로 저장된 전화번호가 전체의 절반 가량인 30~40개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전화를 걸어도 이미 사용자가 바뀐 전화번호여서 전씨를 모르는 제3자가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도 허다해 수사가 더딘 상황"이라면서 "상대여성이 유흥주점이나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고 있다면 밤에 일하고 대부분 낮에는 잠을 자기 때문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전씨의 휴대전화에 저정된 번호로 전화를 걸어 간혹 연결되더라도 많은 여성들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전화를 걸면 '나는 아니다', '모르는 사람이다',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았느냐', '불쾌하니 전화하지 마라'는 식의 냉랭한 답변이 들려온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많은 여성들이 언론보도를 통해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는 것을 걱정해 전화를 받지 않는 일도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보한 전화번호를 통해 최대한 수사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전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70여개의 여성 전화번호에 대한 이동통신사 의뢰 결과가 나오는대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제천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n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