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와 복권, 카지노에 이르는 사행(射倖)산업이 경기침체와 환율의 영향으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베팅액이 큰 경마장의 매출이 줄어드는 반면 저렴하게 행운을 노려볼 수 있는 로또는 오히려 잘 팔리고 있는 것이다.

또 내국인 카지노는 경기침체 영향으로 시들해진 반면 외국인 카지노는 환율 덕을 보면서 잘 나가고 있다.

14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경마장과 경륜장 등 경주장 운영업의 경상 생산지수(2005년=100)는 77.4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43% 감소했다.

이런 감소율은 통계가 작성된 1999년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지난해 9월 전년 동월 대비 생산이 -25.4%로 감소세로 전환된 이후 10~12월에 -7.9%, -2.6%, -13.4%에 이어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생산지수는 매출을 기반으로 작성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마와 경륜, 경정이 모두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입장인원은 작년 9월부터, 매출은 11월부터 꺾어져 점점 줄고 있다"며 "경마 같은 사행산업은 경기에 6개월 후행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는 만큼 작년 초부터 시작된 내수 침체를 반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갬블링 및 베팅업의 생산지수는 123.3으로 작년 동월 대비 8.9% 증가했다.

이는 작년 12월(1.9%)보다는 증가 폭이 커진 것이지만 2007년과 2008년의 연간 증가율인 14.4%와 14.0%에 비해서는 둔화된 것이다.

이런 통계는 갬블링과 베팅업을 구성하고 있는 내국인 카지노의 경우 매출이 감소세를 보이는 반면 외국인 카지노와 온라인 복권인 로또는 매출이 늘어나는 복합적인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 관계자는 "작년 11월부터 매출액이 꺾어지면서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카지노에서) 1인당 쓰는 돈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VIP객장을 찾는 이른바 '큰 손'들의 발길이 경기침체로 뜸해진 영향이 컸다.

반면 그랜드코리아레저가 운영하는 외국인 카지노 '세븐럭' 3개점의 1월 매출액은 430억9천만 원으로 회사 설립 이래 월 매출로는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엔고 등 환율 때문에 이용객이 늘고 씀씀이도 커졌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로또는 오히려 경기 침체의 덕을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7년까지 해마다 줄었던 로또 판매액은 지난해 2조2천680억원으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10회차까지 4천752억원 어치가 팔려 전년 동기 대비 13%나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카지노나 경마장의 경우 이동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실제 들어가는 돈도 많은 편이지만 로또는 5천원이면 쉽게 살 수 있는 저가형이라 오히려 경기침체기에 잘 팔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