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공개..기획사 前대표는 부인, 전 매니저는 자살소동

지난 7일 자살한 탤런트 고(故) 장자연 씨가 기획사로부터 술접대와 잠자리를 강요받고 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한 문건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KBS TV '뉴스9'은 13일 "장씨가 숨지기 일주일 전 전 매니저 유모 씨에게 보낸 자필 문건을 입수했다"며 "숨진 장씨의 명예와 불법행위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이 문건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건에는 '어느 감독이 골프치러 올 때 술과 골프 접대를 요구받았다', '룸살롱에서 술접대를 시켰다'는 고백과 함께 '접대해야 할 상대에게 잠자리를 강요받았다'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또 '방안에 가둬놓고 손과 페트병으로 머리를 수없이 때렸다.

협박에 온갖 욕설로 구타를 당했다', '매니저 월급 등 모든 것을 부담하도록 강요받았다'는 내용도 담고있다.

장씨는 끊임없이 술자리를 강요받아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면서 문건의 내용이 거짓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주민번호를 적고 서명도 남겼다.

방송 직후 장씨의 전 매니저 유씨는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목을 매려다 소속사 직원에게 발견돼 강남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유씨는 이 문건과 관련해 이날 오전 경기도 분당경찰서에 출두해 조사받았으나, 오지용 분당경찰서 형사과장은 '뉴스9' 방송 직후 "매니저는 방송에서 언급한 내용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수사는 유족과 얘기해본 후에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장씨가 문건에서 언급한 기획사 전 대표 김모 씨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모두 사실이 아니며 술자리, 잠자리 강요는 있을 수 없다"고 부인하고 "유씨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 4건을 진행 중인데 유씨가 이에 앙심을 품고 벌인 어처구니없는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회사 전 직원이 증인이다.

내가 매니저 생활을 18년간 하면서 온갖 스타들과 일한 사람이다.

술자리, 잠자리 강요는 있을 수 없다"며 "한 사람의 거짓말로 연예계 전체가 성상납 의혹에 휩싸였는데 이게 말이 되냐"고 덧붙였다.

지금껏 문건의 내용에 대해 함구해온 장자연의 유족 측은 '뉴스9' 방송에 대해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표명할 뜻을 밝혔다.

지난 10일 언론사에 이메일을 보내 동생의 죽음에 대해 더이상 다루지 말 것을 당부했던 장자연의 오빠는 전화통화에서 "지금은 할 말이 없다"면서 "조만간 기자회견 등의 형식을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