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 업종 중 하나가 유통 분야다. 의식주 등 실생활에 꼭 필요한 소비재를 다루는 경기 방어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유통 업태인 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 온라인몰 등이 다른 업종에 비해 적극적으로 정규직이나 인턴사원 모집에 나서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유통맨'으로 적당할까. 유통업계 종사자들에게 필요한 소양은 트렌드를 읽어내는 안목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욕구에 대응하기 위해 소비 트렌드를 미리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유통업체들이 신입사원을 현장 근무에 우선 배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통 업무는 크게 상품기획,영업관리,일반관리로 나뉜다. 흔히 'MD'로 불리는 상품기획은 '유통의 꽃'이다. 국내외 산지와 현장을 돌아다니며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찾아나서는 게 바로 MD다. 입사지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업무이기도 하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상품본부에는 잡화 여성 남성 아동 스포츠 식품 가정 등 분야별로 세부 품목을 담당하는 MD가 있다. 이들은 입점 브랜드 관리,신규 브랜드 발굴,상품 조달 등의 업무를 맡는다. 최근에는 제품을 중국 등 아시아와 칠레 같은 남미 등 해외에서 들여오는 '해외 소싱'이 활발해 출장도 잦아지고 있다. MD는 원만한 대인관계와 상품에 대한 전문지식이 필수다.

영업관리자는 매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총괄한다. 고객 서비스 관리,영업 및 매출 점검,매장 시설 유지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일반 관리직에 속하는 부서로는 총무 인사 등을 맡는 지원부문,마케팅부문,재무부문 등이 있다.

유통업계에 발을 들여놓으면 우선 일선 점포에 배치돼 매장관리자로 근무한다. 향후 상품 기획이나 본사 관리 등의 업무를 맡더라도 유통의 근본인 현장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은 점포에서 매장의 한 개 상품군을 관리하는 담당자로 교육받는다. 1년 뒤 전공 적성 등을 감안해 다른 부서로 이동 배치된다. 전공학과는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의류제품이 총 매출의 70%를 웃도는 백화점은 의류 및 의상학 전공자가 다소 유리하다.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은 직원들이 다양한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본사와 매장의 순환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직급은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순으로 올라가며,직급별 평균 승진 연한은 3년 안팎이다. 근속연수가 보통 15년 이상이면 임원 승진이 가능하다. 유통인들의 꿈은 '점장'이 되는 것이다. 선박으로 따지면 선장에 해당하는 점장은 점포의 마케팅 영업 서비스 매출 등을 책임지는 관리인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대졸 초임은 3000만원 안팎이며,현대 · 신세계 등 일부 백화점은 한 해 이익금 중 일정 부분을 직원들에게 연말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