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등 민주노총의 비리에 이어 한국노총 지역본부도 택시노조의 임단협에 개입해 사측인 택시사업조합에서 수억원대의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택시노사 대표가 시민의 발인 교통 수단을 볼모로 부정한 거래를 했다는 점에서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배성범)는 13일 부산시 택시운송사업조합 전 이사장 박모씨(49)와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 의장이자 전국택시산업노조 부산지부 본부장인 이모씨(55)가 거액의 돈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나 각각 배임증재와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말 택시업계 노사 임단협에서 사측 요구를 일부 받아들이는 대가로 박씨에게서 돈을 받은 것을 비롯 2007년부터 최근까지 수차례에 걸쳐 억대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지난해 임단협에서 택시업계 노사는 사납금을 1인 1차량과 2인 1차량(교대제) 등에 대해 각각 1만1500원과 1만6500원씩 올리는 데 합의해 노조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부산 지역에서는 모두 99개 회사택시에 1만7000여명이 근무하는데 이 중 91개사 1만5000여명이 한국노총 소속이다. 한국노총이 이처럼 대부분 회사택시의 공동 교섭을 맡고 있어 비리가 속속 드러날 경우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검찰은 이씨가 노조복지사업 기금을 일부 전용한 혐의도 잡고 수사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택시운송사업조합과 택시노조 등에 대한 압수 수색을 벌여 이들의 혐의점을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10여년 전부터 부산지역 택시노조 대표를 맡아 왔고 박씨는 2007년 2월부터 2년 동안 이사장을 지냈다.

검찰은 또 2005년 당시 이사장이었던 윤모씨 등과 이씨 사이의 금품거래 의혹에 대해서도 내사에 착수하는 등 택시업계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택시 기사들은 "항상 이상하게 노사 합의가 도출된다 싶었는데 이럴 수가 있느냐"면서 "이 같은 노조 지도부의 비리로 회사에 내는 사납금 등이 불리하게 조정돼 택시 기사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