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2개월 만에 관객 200만명을 훌쩍 넘긴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의 무대인 경북 봉화 산정마을이 영화 흥행 초기의 불편한 소식들을 뒤로 하고 반가운 손님맞이 풍경이 펼쳐지는 등 활기찬 분위기다.

마을 이장인 한상갑(54)씨는 13일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마을을 찾은 사람들이 평일에도 수 십명은 되는 것 같다"라며 "주말에는 설이나 추석 명절 분위기가 날 정도로 북적거린다"라고 말했다.

영화 속 주인공인 최원균(81) 할아버지 내외가 살고 있는 집은 3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산정마을에서도 가장 외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영화가 입소문을 타고 인기몰이를 시작하던 2개월 전만 해도 이 마을 분위기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느닷없이 카메라를 들고 찾아오는 외지 손님들 때문에 영화 속 주인공인 최 할아버지가 곤욕을 치르는 일이 잇따랐다.

최 할아버지가 귀가 어두워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가 도회지 냄새가 물씬 풍기는 차림새의 낯선 사람들이 마냥 반가울 수 만은 없었던 것.
그러나 최 할아버지의 부인인 이삼순(78) 할머니가 손님을 정성껏 맞이하면서 최씨 할아버지도 이제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일부러 손님을 피하는 건 아니지만 최 할아버지는 늘 그렇듯 아침 일찍 집을 나서서 거의 하루 종일 산으로 들로 다닌다.

그러는 사이에 집을 찾는 손님들을 맞이하는 것은 이삼순 할머니의 몫이다.

이 할머니는 "내 집에 오는 손님인데 반갑게 맞아야죠"라며 커피를 대접하는 등 늘 웃음 띤 얼굴로 손님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얼마 있으면 관광버스로 300명 가까운 관광객이 찾을 예정인 이 마을에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이동식 화장실까지 등장했다.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무엇보다 화장실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봉화군이 팔을 걷고 나선 것.
이 밖에도 마을 입구에 영화 촬영지임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어 먼 데서 온 손님들이 쉽게 찾을 수 있게 했다.

앞으로도 봉화군은 산정마을을 관광지니 뭐니하며 개발하기 보다는 손님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지원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그러나 이 마을 사람들에게 요즘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영화가 많은 관심을 끌면서 최씨 할아버지 자식들을 안 좋게 얘기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는 소식 때문이다.

늙은 부모를 심심 산골에서 힘들게 살게 내버려두고 있다는 식의 얘기가 떠돌아 당사자들은 물론 마을 사람들도 마음이 편치 않은 모습이다.

60대의 한 주민은 "인근 영주에 사는 큰 아들이 봉화에 있는 직장에 출퇴근할 때 아침 저녁으로 문안을 오고 며느리와 손녀도 자주 찾고 있다"라며 "지금껏 살던대로 옛집에서 농사지으며 살겠다는 부모의 뜻을 받드는 것일 뿐 9남매 자식들 모두 선량하기 그지 없다"라고 말했다.

(봉화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yongm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