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나누기와 고임금 체계 개선을 위한 기존 직원의 임금 감축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임원과 신입 직원의 급여만 깎고 기존 직원 급여에는 손을 대지 않을 경우 심각한 불균형이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의 경우 신입 직원만 임금을 삭감할 경우 신입 직원과 2년차 직원의 연봉 차이가 800만원 안팎에 달해 내부 갈등을 부추길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A은행은 올해 신입 직원 채용 규모를 예년 수준인 200명으로 하고 임금을 20% 삭감할 경우 연간 절감되는 인건비는 14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이 은행의 신입 직원이 첫해 받는 연봉은 4400만원 수준이며 이는 기본급 3500만원과 성과급 및 복리후생비 900만원 등으로 구성된다.

만약 급여를 20% 삭감한다고 하면 기본급의 20%를 줄이는 것이며 기본급은 2800만원으로 낮아진다. 1인당 연봉 삭감액은 700만원으로 신입 직원 200명을 계산해 봐야 14억원에 그친다. 이 은행은 임원 연봉을 10% 줄인다고 해도 연간 절감되는 돈은 10억원 남짓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국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대학 졸업자의 초임이 가장 높은 국가다. 세계은행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07년 기준 대졸 신입 직원의 월급은 198만원으로 일본(162만원) 대만(83만원) 중국(39만원) 등에 비해 아시아권에서 월등히 높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이 같은 임금 비교에 대해 한국은 상여금을 포함한 총액으로,일본은 정액 급여로 비교한 오류라고 반박했지만 1인당 국민소득(GNI) 대비 대졸 초임으로 봐도 한국은 130%로 일본(55.6%) 싱가포르(64.9%)는 물론 미국(118%)보다도 높은 게 사실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 은행의 고임금 구조는 제조업체보다 훨씬 더 심하다. 지난해 말 기준 시중은행의 대졸 초임(성과급 및 복리후생비 포함)은 평균 4316만원인데 이를 지난해 말 환율 1259원으로 환산하면 3만4281달러에 이른다. 이는 미국(2만8000달러) 싱가포르(2만6513달러) 홍콩(3만56달러) 등보다 높다.

은행 경영진은 은행원 1인당 평균 임금이 6800만원이고 금융노조원 수가 8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1인당 5%씩만 연봉을 줄여도 연간 2700억원가량의 일자리 늘리기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기존 직원에 대해선 임금을 그대로 놔두고 신입 직원만 깎게 되면 차이가 너무 커지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입사 2년차의 연봉은 4500만원인 데 비해 신입 직원은 3700만원(20% 삭감 후,성과급 복리비 포함)으로 차이가 800만원에 이른다. 2년차부터 과장 승진 전인 7~8년차까지는 연봉 차이가 100만~150만원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격차가 지나치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금융계는 수출입은행 주택금융공사 등 국책 금융기관이 기존 직원 임금 감축에 먼저 나서고 이후 시중은행들이 동참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금융회사가 아닌 제조업 및 서비스업종의 공기업도 기존 직원 임금 감축에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기존 직원의 임금을 삭감하는 공공기관 기관장에게는 별도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금융노조 등은 벌써부터 기존 직원 임금 감축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한바탕 회오리가 닥칠 것임을 예고했다.

박준동/정인설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