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 은둔 12년만에 모습 드러내
"참여정부, 사건 왜곡하려 했다" 주장
김현희 "KAL기 폭파는 北의 테러… 난 가짜 아니다"

1987년 대한항공(KAL)858기 폭파범인 김현희씨(47)는 11일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사건 조작 의혹에 대해 "KAL기 사건은 북한이 한 테러이고 나는 가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은둔 생활 12년 만에 공개석상에 나타난 김씨는 이날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에서 자신의 일본어 교사이자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인 다구치 야에코씨(한국명 이은혜) 가족을 면담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부분의 KAL기 폭파사건 유가족은 사건이 북한 소행인 것을 다 알고 있다"면서 조작설을 부인했다.

이날 만남은 김씨가 "일본어 교사였던 다구치씨의 아들을 만나 엄마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고 다구치씨 아들 이즈카 고이치로씨도 그동안 일본 외무성에 김씨를 만나고 싶다는 편지를 부치는 등 서로 면담을 희망해 이뤄졌다. KAL기 폭파사건이 발생한 지 22년 만이고 다구치씨가 납치된 지 31년 만이다. 북한은 다구치씨가 북한에서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KAL기 폭파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진실 ·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에 응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미 1997년 면담한 적이 있다"면서 "유가족들이 KAL기 사건을 북한이 저지른 테러임을 인정하는 등 다른 목적이 없다면 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와 국가정보원이 KAL기 사건의 진상을 왜곡하려 했다고 주장했다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에 "지난 정부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그렇고…현 정부가 지난 정부에서 있었던 일을 조사하고 있다고 하니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대답했다.

다구치씨에 대해 김씨는 "내가 1987년 1월부터 10월까지 북한초대소에서 생활하며 들은 것은 '다구치씨를 어디로 데려갔는데 어디 갔는지는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사망한 게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간 것으로 생각했고 1986년에 결혼시켰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납치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일본 정부가 북한의 자존심을 살려주면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 기적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북한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된 만큼 최소한 가족이 만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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