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1년 창업한 일본의 엡손토요콤은 머리카락 굵기의 약 4000분의 1에 불과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휴대폰 부품을 만들고 있다. 300명이 근무하는 이 회사가 만든 부품은 사실상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엡손토요콤이 부품을 만들지 않으면 세계의 휴대폰 생산라인이 멈춘다고 할 정도다. 2000년 설립돼 세계 DVD소프트웨어 시장에서 1~2위를 다툴 정도로 성장한 영국의 주테크도 직원이 100명에 불과하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의 왕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일본과 유럽에는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많다. 이 같은 경쟁력의 원천은 우선 한 우물을 파 온 장인정신이 손꼽힌다. 세계적으로 장수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는 단연 일본이다. 보통 창업 100년이 넘은 기업이 장수기업으로 간주된다. 일본에는 100년 이상된 기업이 약 5만개,200년이 넘은 곳은 3146개에 이른다. 1000년이 넘은 기업도 7개나 있다. 이 중 약 90%가 종업원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이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이 장수기업들의 특징이다. 일본 장수기업 중 세계시장에서 1위 상품을 가진 기업은 500개가 넘고 각 상품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평균 60%를 상회한다.

장수기업들은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2008년 말 일본 내 장수 중소기업들의 총 고용 규모는 약 500만명.여기에 매년 평균 5만개의 새 일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후식 한국은행 조사부국장은 "장인을 우대하는 분위기 및 장수기업 육성을 위한 각종 상속세 감면 등의 혜택이 기술개발로 이어지고 이는 숙련공과 더불어 신규인력을 필요로 하게 돼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쟁력있는 중소기업 육성에는 정부의 효율적인 지원도 중요하다. 영국은 올해 우리나라가 처음 도입하는 기업 종합지원서비스인 비즈니스 링크제도의 '원조'로 유명하다. 영국 내 42개 지방정부는 비즈니스링크제를 근간으로 해 기업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01년부터 영국의 사우스요크셔 지방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고성장 신생기업프로그램'과 2000년부터 시작된 웨스트미드랜드 지방의 'MUK프로그램' 등이 있다. 고성장 신생기업 프로그램은 지역에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업인들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생기업에 18개월간 기술개발과 기업운영 애로사항에 관한 멘토링을 제공하는 것.사우스요크셔 지방정부는 8년간 250만유로(약 425억원)의 자금을 투입했고 지금까지 약 900개 기업들이 혜택을 받았다. 이는 고용창출로도 이어졌다. 지원받은 기업들은 약 50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기업 컨설팅 종합지원서비스인 MUK프로그램에 선정된 약 2000개 기업은 약 1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김익성 박사는 "기업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나아가 더 큰 부가가치와 신규고용까지 만드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