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재학기간, 10년 만에 5년 7개월에서 6년으로 늘어
2009년 졸업생, 남학생 7년 - 여학생 4년 7개월 걸려 졸업
'취업될 때까지…' 구직난 속 졸업 유예 현상 가속화


'4년제 대학'이라는 단어가 갈수록 무색해지고 있다. 취업에 성공할 때까지 졸업을 미루는 대학생들이 늘어나면서 평균 재학기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이 회사가 자사 회원 중 올 2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1만1161명의 이력서를 분석해 평균 대학 재학기간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대학에 입학해 졸업하는 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6년(72.4개월)이었다.

성별로 나누어보면 남학생은 7년(83.6개월), 여학생은 4년 7개월(56.0개월)을 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인 1999년에 졸업한 이들(2만5888명)의 평균 재학기간 5년 7개월보다 약 5개월이 증가한 것이다.

남학생의 경우 특히 증가폭이 컸다. 1999년에 6년 4개월이었던 재학기간에 비해 8개월이 늘어났다. 게다가 지난 2003년 군 복무기간이 2개월 가량 단축된 것을 고려하면 실제 증가폭은 무려 10개월에 달하는 셈이다.

더불어 여학생의 졸업도 늦어졌다. 현재의 재학기간은 1999년의 4년 4개월보다 3개월 가량이 늘어났다.

이런 졸업 유예 현상은 2009년 졸업생 재학기간의 분포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여학생의 경우 정상적으로 4년 만에 졸업한 학생이 전체의 절반(50.60%)에 그쳤다. 이에 비해 5년 만에 졸업한 학생은 36.25%로 적지 않은 비율을 보였다. 또 6년 이상 학교를 다닌 여학생도 12.93%나 됐다.

보통 군 복무를 마치고 7년 만에 졸업하게 되는 남학생들도 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7년차 졸업생(38.49%) 만큼이나 8년차 졸업생(23.05%)도 많았던 것. 9년 이상 재학한 남학생은 9.06%였다.

이와 같은 현상은 경기불황 등으로 계속되는 취업난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졸업한 상태로 아무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기졸업자'보다는, 학교에 적을 두고 있는 '졸업예정자'의 신분이 취업을 준비하는데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 일부 기업들이 채용시 졸업년도를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졸업을 결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 경쟁자와의 차별점을 갖기 위해 대학생들이 장기간의 어학연수나 인턴십 수료 등을 거치면서 휴학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졸업 유예 현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진로에 대한 뚜렷한 목표 없이 졸업만을 늦추는 것은 취업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되도록 빨리 자신의 적성을 파악한 후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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