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행된 시위참여자 8명 조사

용산참사 시위대의 경찰관 집단 폭행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혜화경찰서는 8일 시위대에 폭행당한 경찰관의 지갑을 강제로 빼앗은 뒤 신용카드를 임의로 사용한 50대 남성을 쫓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단정적으로는 말할 수 없지만 카드 사용 용의자가 정황상 시위대와 일행이라고 추정하고 있다"며 "시위대와 함께 움직인 자료도 일부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오후 9시10분께 이 경찰서 정보과 박모(36) 경사는 동대문역 6번 출구를 내려가던 중 마주친 시위대 일부에게 얼굴 등을 맞고 신분증과 지갑을 강제로 빼앗겼다.

경찰은 박 경사의 신용카드가 오후 9시21분과 23분께 동대문역 인근 의류판매점과 편의점에서 사용된 사실을 파악, 편의점 폐쇄회로(CC)TV 화면을 확보하고 지문 감식을 의뢰하는 등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50대 초반의 남성으로 추정되는 이 용의자는 키 170∼175㎝의 건장한 체격으로 어깨 부근에 흰색 선이 있는 남색 점퍼와 엷은 밤색 계통 모직 바지를 입고 있다.

경찰은 지하철역 내 CCTV를 통해 용의자가 동대문역에서 시위대와 함께 내린 것을 확인했으며 신용카드를 사용한 뒤 종로5가역에서 내려 9시38분께 다시 승차하는 화면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박 경사와 최모(52) 정보보안과장 등 이 경찰서 소속 경찰관 11명이 시위대로부터 집단 폭행당한 것과 관련, 혜화서에 수사전담반을 편성하고 전날 불법 시위를 벌이다 연행된 8명을 성동서로부터 넘겨 받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11명 외에도 서울청 기동대 강모(42) 경사 등 다른 경찰관 5명도 시위 진압 과정에서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혜화서 박정보 형사과장은 "상습 시위꾼이 근무 중인 경찰관을 집단 폭행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상습 시위꾼을 전원 검거해 구속 수사하고 엄정 대처해 법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 발표에 대해 시위를 주최했던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촛불 추모제와 범대위를 도덕적으로 흠결있는 집단으로 매도하려는 의도"라고 반발하며 이번 사건은 주최측과 무관한 일부 참가자들의 돌출행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단체는 당시 경찰관과 시위대의 충돌이 빚어진 것은 경찰이 시민의 통행을 막고 시민의 목소리를 원천봉쇄했기 때문이라며 "사복형사들이 무단으로 계단을 봉쇄했고 평화시위 과정에서 시민 10여명도 경찰의 폭행으로 다쳤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