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에서 계속 일할 수 있을지 빨리 알아야 미래를 준비를 할 텐데 속이 타네요. "

A 제조업체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는 한 기간제 근로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일 두렵다"며 심난해했다. 기간제 및 파견직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비정규직보호법 때문에 올 7월 전에 새 직장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부가 지난 연말 법개정 방침을 내놓으면서 모든 것이 불확실해졌다는 얘기다.

회사 측에 하루에 한 번씩 문의를 해봐도 벌써 몇 달째 "정치권에서 논의 중이니 기다려보자"는 대답만 돌아온다. 그는 "사용기간 제한이 4년으로 늘어나면 일단 숨은 돌리겠지만 어차피 2년 후에 또 이직을 준비해야 한다"면서도 "어떻게 되건 빨리 결과를 알아야 마음을 다잡고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300인 이상 사업장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기간 제한이 끝나는 7월이 다가오면서 당사자들의 불안감은 높아져 가고 있지만 법개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나라당과 한국노총의 정책협의는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일 실무협의를 마지막으로 논의가 전면 중단돼 9일로 일주일째 냉각기가 이어지고 있다.

협상 난항의 가장 큰 이유는 한국노총이 '사용기간 2년 제한 규정'을 손대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서다. 이 현행법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7월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는 공감하지만 섣불리 개정에 동의했다가 '한나라당에 밀렸다'는 비판 여론을 듣게 될 것을 두려워한다는 얘기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기간 연장을 받아주는 대신 한나라당이 다른 개선방안들을 내놔야 하는데 이런 것이 전혀 언급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예컨대 비정규직 차별조정 신청권을 노조에 준다든지,사내하도급 전환을 막기 위해 외주용역 시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드는 등의 방안을 한나라당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결국 기간연장에 동의해줄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달라는 얘기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현행법상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당 정책위 관계자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것을 요구하는 건 결국 논의를 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며 "이런 한국노총의 태도 때문에 대화가 진전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한국노총이 비정규직법을 '인질'삼아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를 유리하게 이끌어 가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논의 과정의 갈등을 줄인다는 이유로 한나라당이 자체안을 마련하지 않고 협의를 시작한 게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당초 4월 국회에 제출하려고 했던 비정규직보호법 개정안은 사실상 6월 국회로 밀렸다.

유창재/김일규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