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단체 `뿔났다'.."실태조사後 불매운동"
출판사 측 "교과과정 개편따른 개발비와 물가인상 반영 탓"

새 학기를 맞아 중ㆍ고교 참고서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가뜩이나 불경기에 허리띠를 졸라맨 학부모들의 속을 끓이고 있다.

출판사들이 이번 학기부터 적용되는 제7차 교육과정에 맞춰 참고서를 개정하면서 일제히 가격을 올려 심한 경우 두 배 이상 가격이 폭등, 한 권에 3만원대에 판매되는 책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 학부모단체는 실태조사를 거쳐 불매운동까지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 "학원비·교복값도 비싼데 참고서까지…" = 지난 7일 용산구 갈월동 K문고 참고서 코너에는 신학기를 맞아 참고서를 사러 나온 학생·학부모들이 부지런히 책을 꺼내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며 내용을 한참 들여다보고 나서 마지막 장에서 가격을 확인한 학부모들의 표정은 굳어졌다.

특히 영어 과목은 교과과정이 바뀌면서 교과서가 2권으로 늘어나 내용이 많아진데다 출판사들이 별도로 판매하던 어학 CD를 끼워넣은 탓인지 책 한 권 가격이 3만원을 훌쩍 넘어선 것도 많다.

D사의 고1 영어 자습서는 작년 2만원에서 올해 2만9천원에 나왔고 K사의 중1 영어 참고서는 1만8천원에서 3만2천원으로 뛰었다.

나머지 과목 참고서도 최소 10∼20% 일제히 값이 올랐다.

중3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영어 참고서가 3만3천원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헌책을 사주려 해도 교육과정이 바뀌어 소용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주기는 해야 하는데 너무 비싸 속상하다"고 말했다.

서점 주인 정모 씨는 "교육과정이 바뀔 때마다 출판사들이 책을 개정하면서 가격을 올려 왔는데 올해 많게는 2배 이상 오른 참고서도 있다"며 "그래도 부모들은 참고서 값이 올라도 아이들에게 `꼭 풀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사주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 모 고교의 김모 국어교사는 "최근 참고서나 문제집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문제지를 복사하거나 기출문제 등을 중심으로 직접 자료를 만들어 나눠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 학사모 "실태조사 후 불매운동" = 참고서 값이 해가 갈수록 천정부지로 치솟자 학부모단체도 화가 단단히 났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은 "고가의 교복이 판을 치는 상황에 참고서 값도 뛰어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전국 서점에 나온 참고서에 대해 현장 실사를 통해 가격 실태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모임은 "조사 결과 부당하게 가격을 부풀린 것으로 판명된 참고서와 해당 출판사에 대해서는 불매운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출판사들은 교육과정이 바뀌는 바람에 참고서 내용을 고쳐야 해 교재 개발비가 많이 들어갔고 종잇값 등 원가도 크게 올라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출판사 D사 측은 "원래 교과서 개편이 있는 해에는 참고서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고 물가상승에 따른 원가 인상분도 많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C사 관계자는 "참고서 시장이 과열되면서 다품종 소량 생산화돼 원가가 많이 올랐고, 교과과정이 개편돼 책 개발비도 적지 않게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