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 수는 줄고 `콩나물 교실'은 늘어

서울 주요 대학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이번 학기 일제히 개원하면서 학부 법대생들의 수업 여건이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대생들은 `대학이 로스쿨 위주로 운영하면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을 터뜨리며 학교 측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8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 연세대 등 올해 법학전문대학원이 신설된 대학들은 법대 학부 강좌 수를 지난해보다 10∼20% 감축했다.

각 대학은 `법대 학부 신입생이 없는 상황에서 강좌가 줄어든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1학년 수업을 제외하더라도 감소세는 확연하다.

서울대의 경우 지난해 1학기 개설됐던 법대 강좌 수는 1학년 수업을 제외하고 60개였지만 올해는 55개로 줄었다.

연세대는 63개에서 52개, 성균관대는 118개에서 101개로 법학 강좌를 줄였다.

대학들이 로스쿨 인가를 받으려 지난해 교수들을 충원하고 다채로운 수업을 많이 개설했지만 막상 로스쿨이 문을 열자 이런 강의를 슬그머니 없앴다는 것이 법대생들의 주장이다.

연세대 법대 학생회장 전화정(21.여)씨는 "특정 과목이 사라진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으나 학교 측은 오히려 `원래 없던 수업을 지난해 로스쿨 준비 과정에서 개설한 것'이라고 답변했다"면서 "학부생들도 다양한 수업을 들을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법대생 K(20)씨는 "수업이 로스쿨 중심으로 돌아가다보니 주요 강의가 줄어들었다.

듣고 싶었던 과목이 올해에는 아예 개설되지 않아 아쉽다"고 털어놨다.

강좌 수가 줄면서 강의당 수강 정원은 늘어나 교육 여건이 나빠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화여대 법대생 C(23.여)씨는 "로스쿨 도입으로 콩나물시루같이 빽빽한 교실에서 수업을 듣게 돼 집중하기 어렵다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연세대 4학년생 K(25)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100∼150명을 수용하는 강의실에서 이뤄지던 수업이 올해는 300명을 수용하는 대형 강의실로 옮겨졌다.

칠판도 멀고 교수의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전임교원이 가르치는 수업을 학생들에게 최대한 제공하려다 보니 분반을 하지 않아 대형 강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으며 "학부생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학생 지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이상현 기자 kong79@yna.co.kr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