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1980년대 추억의 '책받침 여왕' 소피 마르소(42)가 내한해 3040세대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변함 없는 그의 미모였다. 하지만 그가 더욱 눈부신 것은 단지 어려 보이는 외모가 아니라 시간이 흘러도 변함 없는 신선함과 우아한 자신감 때문이다.

오랜 불황 탓일까,패션업계에선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 이미 친숙하고 결과가 확실한 '슈퍼스타의 재등장'을 신선하게 받아들인다.

보석브랜드 '쇼메' 홍보차 온 소피 마르소,'에스까다'의 모델 크리스티 털링턴(39),'프라다'의 린다 에반젤리스타(43) 등 80년대를 주름잡았던 스타들이 트렌드의 핫 아이콘으로 재등장한 것이다.

최근 이러한 80년대 물결은 할리우드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도드라진다. 80~90년대 초반 큰 사랑을 받았던 최명길 전인화 김남주 김희애 이혜영 고현정 등 3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에 이르는 '3949 언니들'의 귀환.'여전히 예쁘다'라는 말로는 부족하고 '멋지게 나이들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그들의 매력은 무얼까.

◆영원한 소녀시대-이혜영 · 고현정

요즘 20대 사이에 닮고 싶은 '워너비'로 꼽히는 이혜영(38)은 특유의 동안 외모와 남다른 패션 감각으로 황신혜와 함께 '다운에이징'(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스타일로 연출) 트렌드를 이끄는 주인공.

나이를 잊은 듯한 얼굴뿐 아니라 철 없어 보이는 말투와 귀여운 행동 그리고 이런 자신의 스타일을 브랜드화한 열정적인 CEO 패셔니스타로 우뚝 섰다.

영원한 피터팬일 것 같은 그는 20대 여성의 외모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여전히 자신의 미니홈피 속에 아기자기한 평소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커다란 리본 핀을 이마 바로 옆 머리에 과감하게 스타일링하는 깜찍한 패션을 선보이기도 한다.

아기 같은 피부와 찰랑거리는 생머리의 대명사 고현정은 여전히 소녀 같은 외모로 얼마 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나와 솔직한 매력을 발산했다.

긴 생머리와 주름 없이 투명한 피부 그리고 해맑은 미소는 39세란 나이를 잊게 만들 정도다. 15년 전 짙은 화장,부푼 웨이브 헤어스타일의 미스코리아 데뷔 시절보다 오히려 더 어려 보인다.

단아한 외모답게 심플하고 세련된 모노톤 계열의 스타일링을 즐기는 타입으로,20대 모습 그대로 여전히 청순하고 사랑스럽다.

'국민 여동생' 문근영과 닮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10살이나 아래인 조인성과 스캔들이 날 만큼 그는 최강의 동안 외모 소유자다.

이들은 각각 드라마 '내조의 여왕'과 '선덕여왕'으로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다. 그들이 착용한 패션 아이템,언급한 뷰티 팁 하나하나가 모두 유행이 될 만큼 '30대 소녀시대' 아이콘이 되고 있다.

◆아름다운 40대-최명길 · 전인화

단지 팽팽한 피부와 탄력 있는 몸매가 그들이 매력적인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번'의 최명길과 전인화는 '20대처럼 예쁜 외모'라기보다 '40대로서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3949세대의 대표 아이콘이다. 성형과 화장으로 포장된 인위적인 젊음이 아니라 그 나이에 맞는 외모와 우아한 원숙미가 매력적이다.

최명길(47)은 특유의 여유롭고 당당한 40대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드라마 속에서 여성 CEO로서 절제된 표정과 윤택한 피부,지적인 카리스마까지 느껴진다.

세련된 단발 헤어스타일에 블랙 & 화이트,브라운 계열 수트에 브로치,반지 등 큼직한 주얼리로 포인트를 줘 심플하면서 럭셔리하다.

전인화(44)는 20대가 보여줄 수 없는 당당한 팜므 파탈의 정점을 보여준다. 특유의 도도함과 스타일리시함이 노련미와 어우러져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전인화는 아이라이너 포인트의 스모키 메이크업과 업헤어스타일에 원색 원피스나 드레스,과감한 목걸이와 뱅글로 화려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나이에 걸맞은 우아함'으로 더 아름다운 그들의 모습에서 '멋지게 나이든다는 것'에 대한 해답을 알 수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투자가 계급을 결정한다"고 말한 미국의 트렌드 전문가 페이스 팝콘의 말처럼 칙칙하고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에 명품 옷을 걸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구두나 옷은 짝퉁이 대신할 수 있지만 외모에서 풍기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오랜 기간 노력을 기울이고 투자해야 가능하다. 80년대 슈퍼스타 언니들의 컴백에 대한 환호는 엄격한 자기 관리를 통한 신선함과 세련된 원숙미에서 뿜어 나오는 그들만의 존재감 때문이다.

피현정 스타일 칼럼니스트 · 브레인파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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