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세 뚜렷…애널리스트는 4명중 1명
"여성 꼼꼼함이 시장서 통하는 세상"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하면 '일등 신랑감'이 떠오를 정도로 과거 남성들의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여성 파워가 해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철저히 개인의 능력에 따라 '몸값'을 결정하는 증권사 체제 탓인지, 전문 영역인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로 활약하는 여성 인력의 증가세는 확연하다.

현재 증시를 움직이는 애널리스트는 4명 중 1명이 여성이며, 펀드매니저는 10명 가운데 아직 1명이 안되지만 증가세는 뚜렷하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협회에 등록된 애널리스트 1천393명 가운데 여성은 387명(27.8%)이다.

전체 애널리스트가 2005년 607명에서 4년 새 급증하는 동안 여성 애널리스트 수는 더 가파르게 늘어나 비중이 2005년 말 21.9%에서 2007년 말 24.3%로 높아졌다.

펀드매니저는 작년 말 1천1명 가운데 88명(8.8%)에 불과하지만, 2005년 말 5.0%, 2006년 말 5.5%, 2007년 말 7.2%와 비교하면 유독 여성에게 벽이 높았던 펀드매니저 영역도 점차 문이 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 앞에 여성이란 단어가 어색하지 않게 된 것은 10년이 채 못된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여성 애널리스트는 3명 정도에 불과했다.

여성 애널리스트 1호로 후에 HSBC증권 서울지점장까지 지낸 이정자 금융 담당 애널리스트 등이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기업탐방을 간다고 하면 "여자도 이런 일을 하느냐"는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였다.

애널리스트라는 명칭 자체도 없어 조사부 대리, 과장으로 불렸고, 지금 같은 전문성이나 특수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1993년 쌍용증권에 입사해 현재 굿모닝신한증권 홍보팀에 있는 김수영 차장은 "입사 당시 회사가 외국계여서 65명의 동기 중 여자 동기 한 명을 애널리스트로 발령냈는데 크게 놀라는 분위기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다 외환위기가 찾아오고, 공정공시가 일반화되면서 정보의 비대칭이 사라지고 인터넷의 활성화로 굳이 밤에 술을 먹지 않아도 되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여성 애널리스트가 급증하게 된다.

증시 활황장세까지 겹치자 1992년부터 애널리스트로 활동해 온 제약 담당 조윤정 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여성 애널리스트 붐이 일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여성이 전통적으로 강세인 화장품, 유통, 교육 업종 외에 화학 담당에 굿모닝신한증권 임지수 애널리스트, 철강 담당에 LIG투자증권 김미현 애널리스트, 거시경제 전망에 대우증권 고유선 이코노미스트 등이 활동하고, 미래의 애널리스트라 할 수 있는 RA(보조연구원ㆍResearch Assistant)에는 여성이 더 많이 포진하고 있다.

애널리스트에 비해 펀드매니저는 아직 수적으로 열세다.

그동안 국내 여성 펀드매니저 1호로 꼽히던 김정숙 매니저가 프랭클린템플턴 이사로 현직에서 활동 중이지만, 스타 펀드매니저 체제로 운용되던 업계의 관례상 여성에게 기회가 많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운용업계도 여성 입사자가 증가하고, 회사도 여성 인력 키우기에 앞장서 숫자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대우증권 홍성국 리서치센터장은 "숫자를 만지는 애널리스트 세계에서 여성의 꼼꼼함이 시장에서 먹히기 시작했다.

보고서를 내는 시니어급은 여전히 남자가 많지만, 그 밑의 RA급은 여성 수가 날로 늘어나 향후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여성 애널리스트가 굉장히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곽세연 기자 ksy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