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모든 공공기관의 대졸 신입사원 초임을 공개하기로 한 것은 공기업의 자발적 임금 삭감을 유도하기 위한 '전방위 압박카드'라 할 수 있다. 지난달 주요 공기업에 자발적 임금 삭감을 권고한 데 이어 대졸 초임을 전수 공개함으로써 임금 수준이 높은 공기업에 심리적 압박을 가하겠다는 취지다.

공개방식

대졸 초임 공개 방식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시스템'(알리오)을 통해 각 공기업이 의무 공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정부는 2005년 국민에게 알 권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이 시스템을 만들었다. 지금까지는 각 공기업의 재무현황,임직원 수,기관장 · 감사 · 이사 연봉 등만을 공시해왔다. 여기에 올해 채용하는 대졸 신입사원 초임과 기존 직원들의 평균 연봉을 추가로 공시하게 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대졸 초임의 범위는 기본급과 각종 수당,매달 일정액을 지급하는 급여성 복리후생비로 정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주요 공기업들의 급여 체계가 다르고 복리후생비의 경우 일부 공기업은 급여에 포함시키지 않는 점 등에 대해서는 4월까지 통일된 기준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매년 정부가 공기업별로 경영성과를 평가해 차등 지급하는 성과금은 대졸 초임 범위에 넣지 않기로 했다. 매년 성과 정도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부 공기업이 대졸 초임을 허위로 공시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제재수단도 강화하기로 했다. 기관의 성과 평가시 벌점 등을 매기고 공시 담당자도 문책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의도적인 허위공시에 대해서는 기관장 해임도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대효과

전수공개를 통해 기대되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대졸 초임을 공개함으로써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 확산 차원에서 추진 중인 정부의 '자발적 임금 삭감' 방침에 어떤 공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정부의 기대다. 이와 관련,정부는 지난달 19일 대졸 초임이 2000만원 이상인 공기업 116곳에 최대 30%의 초임을 삭감할 것을 권고했다. 이 권고에 따라 인천공항공사 수출보험공사 전기안전공사 자산관리공사 등 일부 공기업이 자발적으로 초임 삭감을 하고 있지만 상당수 공기업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임금 수준이 높은 공기업에 심리적 압박감을 줄 수 있다는 것도 기대효과 중 하나다. 지금까지 공기업 임금 수준이 민간기업보다 월등히 높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이를 입증할 자료가 없었다. 앞으로 공기업의 초임 수준이 공개되면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해진다. 재정부 관계자는 "대졸 초임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 임금 이 과도하게 높은 공기업으로서는 임금을 낮추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