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용의자 30여명 수사중"..시민 불안

제주 어린이집 보육교사 피살사건에 대한 경찰의 공개수사가 시작된 지 한 달이나 지났지만 이렇다 할 단서조차 찾지 못해 사건이 미궁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일 제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제주시 애월읍 모어린이집 여교사 이모(27) 씨의 실종사건에 대한 공개 수사를 시작했으나, 이 씨는 5일 만인 같은 달 8일에 애월읍 애월리 고내봉 인근 도로 배수로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후 시신이 발견된 장소에서 2차례 현장감식을 하고, 이 씨의 이동경로로 예상되는 곳에 설치된 CC(폐쇄회로) TV 26대를 시간대별로 분석하고 광범위한 탐문수사를 벌였으나 아직도 용의자를 특정할만한 확실한 단서나 구체적인 정황을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다만 "현재 용의자를 30명 정도로 압축했다"며 "용의선상에 오른 차량에서 발견된 모발과 자동차 시트커버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 감정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 경찰은 이 씨의 시신이 있던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 고내봉 부근에서 이뤄진 1차 현장 감식결과 발견된 유류품에서 용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전자(DNA)를 확보, 동종 전과자와 용의차량 운전자 등을 상대로 유전자 대조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국과수에 긴급감정을 의뢰한 제3자의 유전자 분석결과, 이와 일치하는 용의자를 찾지 못해 수사에 애를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과수가 하루에 1-2개 정도의 유전자 분석밖에 처리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제주에서 올려보낸 감정물을 분석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수사가 더욱 장기화할 전망이다.

제주서부경찰서 문영근 형사과장은 "피해자 이 씨의 시신이 발견된 고내봉과 남자친구와 말다툼을 하고 헤어진 제주시 용담2동, 마지막으로 휴대전화 신호가 잡힌 광령초등학교 인근, 가방이 발견된 아라동 등 수사지역과 수사대상이 광범위하고, 목격자나 제보가 없어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문 과장은 또 수사가 미궁에 빠지는 게 아니느냐는 지적에 대해 "앞으로 (범인을 잡는 데) 많은 시간이 더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처럼 여교사 피살사건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이 씨의 가족은 물론 제주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김지선 기자 sunny1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