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때 강력한 항생제를 사용, 내성(耐性)을 높여 환자 상태를 악화시킨 병원과 의사에게 고법이 억대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민사9부는 70대 민모 씨가 서울 한 병원과 의사 전모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억4천5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민씨는 다리가 당기고 저려 오래 서 있기 어려운 증상이 계속되자 2003년 10월 척추수술 전문인 이 병원에서 척추가 앞쪽으로 미끄러져 허리나 다리에 통증을 일으키는 `요추 전방 전위증' 등의 진단을 받았다.

그는 이 병원에서 의사 전씨에게 척추 부위 인대를 제거하는 등의 수술을 받았고 전씨는 수술 중 감염을 막으려 항생제 일종인 `반코마이신'을 사용했다.

퇴원 후 민씨는 수술한 자리에서 고름과 피가 나오는 등 상태가 심각해지자 응급실을 찾았고 전씨는 그가 염증에 걸린 것을 확인하고 2차 수술을 했으며 분비물을 채취해 세균 배양 및 항생제 내성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 메티실린에 내성이 있는 황색포도상구균(MRSA)에 감염됐으며 이 균이 반코마이신 등에 대해서도 중간내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전씨는 항생제를 다른 종류로 바꿔 처방했다.

그러나 민씨는 극심한 통증을 겪다 급기야 혼수상태에 빠졌고 전씨가 대형 병원으로 옮겨 3차 수술까지 받게 했지만 요통과 하반신 마비로 보행 장애를 겪게 됐다.

민씨는 소송을 냈고 1심은 신속히 큰 병원으로 옮기지 않은 잘못만 인정하고 수술 중 과실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병원 책임을 더 폭넓게 인정했다.

재판부는 "전씨가 1차 수술 시 가장 강력한 반코마이신을 함부로 사용해 민씨가 지닌 포도상구균을 슈퍼박테리아로 전이시켰고 이 때문에 한동안 반코마이신을 쓸 수 없어 염증 치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반코마이신은 다른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경우나 MRSA 등 독한 균주에 마지막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라며 "민씨가 겪는 장애와 의료진 과실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민씨가 고령으로 감염 가능성이 큰 점과 MRSA에 감염되면 효과가 있는 항생제 처방 외에 별다른 치료법이 없는 점 등을 감안해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