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돌아왔는데 내 남편은 어디 있나요?"

압항선인 정진호와 함께 표류하다 해경에 의해 구조된 바지선 석진호가 전남 영암군 대불 부두로 끌려와 정진호와 함께 실종된 선원들의 가족이 또 한 번 오열했다.

2일 전남 영암군 대불 부두에 석진호가 모습을 드러내자 부두는 실종선원 가족들의 애끓는 외침으로 순식간에 눈물바다로 변했다.

지난달 27일 해경에 의해 발견된 석진호의 선체에는 흰색 페인트로 써진 'SOS', '조난, 119 요청', 'HELP' 등의 글씨가 선명해 절박했던 당시의 상황을 떠오르게 했다.

부두에 서서 배가 닿기를 기다리던 실종선원 가족 20여명은 석진호를 보자마자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실종 선원 정병학(38)씨의 부인 신미순(36)씨는 "결혼한 지 2년만에 나만 혼자 남겨두고 떠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라며 주저앉아 통곡했으며 신씨를 부축하던 정씨의 누나 진역(55)씨도 "아이고..내 동생..얼마나 착한 동생인데 불쌍해서 어떡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찰이 생존한 석진호 선원 3명과 선체에서 현장조사를 벌이는 동안에도 가족들은 행여나 실종자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한가닥 기대감에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배 안 곳곳을 살펴봤다.

엄정연(31) 씨의 어머니 최금순(53) 씨는 "조사도 중요하지만 생존자를 어서 빨리 찾아달라"고 외쳤으며 다른 가족들도 "경찰이 제대로 된 조사를 통해 정확한 경위를 꼭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생존 선원들은 경찰과 가족들에게 당시 정진호와 석진호의 연결 부위가 끊어진 이유, 연락이 끊긴 경위 등을 설명했지만 일부 가족은 "믿을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가족들의 항의에 선원들은 "동료를 남겨두고 우리만 살아 돌아와 미안하다"며 눈물을 떨어뜨렸다.

해경은 이날도 4일째 사고 해상에서 침몰한 정진호와 실종 선원들을 수색하고 있으며 선사 측과 함께 가족에 대한 보상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진호와 석진호는 지난달 23일 오후 부산에서 출발해 중국으로 항해하던 중 25일 새벽 악천후로 연결장치가 망가져 조난당했으며 27일 오후 석진호만 발견되고 정진호와 선원 5명은 6일째 실종된 상태다.

(영암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cbebo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