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건강검진의 확산으로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에 특효인 글리벡,폐암이나 췌장암에 효과적인 이레사나 타쎄바 같은 표적 항암제의 등장으로 암을 조기 발견하지 못했더라도 과거에 비하면 수년은 더 오래 살 수 있는 기틀이 마련돼 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상당수는 한창 진행 이후에 암을 발견하고 있으며 잘 듣던 항암제에 대해 암세포가 내성을 갖기 시작하면 2차,3차 항암제를 써도 1차 선택 항암제의 효과에 못 미쳐 갈수록 기력과 면역력만 떨어지는 곤경에 빠지고 만다.

일부에서는 암도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처럼 약물 치료나 방사선 치료로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는 질환이 됐다며 환자의 투병 의지를 독려하기도 하나 아직도 암 환자의 약 절반은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암 환자의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적절한 영양 섭취,규칙적인 운동,금연과 절주,주위 사람의 정서적 지지를 통해 암을 잘 다독거릴 수 있어야만 원하는 대로 고통을 덜 받고 오래 살 수 있다.

무엇보다 암 환자는 잘 먹어야 한다. 암 환자의 20%가 암세포 확산보다는 영양실조에 의해 사망한다는 연구논문이 나올 정도로 잘 먹지 못해 수명이 단축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함께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에 따른 식욕 부진이 주된 원인이다. 따라서 환자가 좋아하는 음식을 가까운 곳에 두고 먹고 싶을 때 양껏 바로 먹도록 도와주고 조금씩 자주 섭취토록 유도해야 한다. 단 '꼭 먹어야 한다'는 부담감이나 강박감은 덜어주도록 한다. 암 환자는 건강기능식품 육식 채식 등 특정 음식을 선호하거나 기피하기보다는 먹기 쉽고 열량이 높은 음식을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채식이 건강관리에 유익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육식을 제한하면 단백질 공급이 부족해 암 치료에 따라 저하된 체력이나 면역력을 회복하기 어렵다. 건강기능식품은 대사에 관여하는 간과 신장이 많은 일을 해 지치게 만들거나 혈액순환을 지나치게 촉진시켜 암세포의 확산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맹신하고 남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수술을 받았는데 재발하거나 기존 항암제의 약효가 급감하면 환자는 당황하게 된다. 이럴 때 추가적인 치료를 단념하는 환자가 간혹 나오는데 치료로 인해 얻는 생명 연장이나 증상 호전과 같은 이득이 치료에 따르는 부작용(손해)보다 더 크다는 점을 설득시켜야 한다. 무슨 암에 몇 년 생존율이란 평균을 의미한다. 절반 이상의 환자가 이보다 더 오래 살며 최근엔 부작용이 적은 약물과 부작용을 줄여주는 보조약물들로 인해 과거보다 덜 고통받으면서 오래 생존할 수 있다.

다만 환자가 너무 고령이거나 전신 상태가 나쁜 경우에는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않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환자의 증세는 치료 시작 이후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데 치료 효과가 점차 떨어지고 체력이 저하되는 한계에 봉착하면 일정 시점에서 항암제 치료를 중단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또 최근 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에서 보듯 적극적인 치료가 도움이 되지 않는 환자라면 품위있는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조언해줘야 한다. 완치가 불가능하고 죽음이 예견되는 말기 암 환자라면 호스피스 및 완화 의료가 필요하다. 환자의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영적 증상들을 돌봐서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하고 통증을 덜어주는 등 임종 전 삶의 질을 높이는 게 목표다. 말기 암환자는 통증 식욕부진 구심 오토 장폐쇄 변비 등을 호소한다. 마약성 진통제나 신경 차단으로 통증을 덜어주고 적절한 약물 투여 및 수액영양 공급,정서적 지지로 소화기 증상을 개선해야 한다. 명상 요가 음악 · 미술 · 웃음요법 발마사지 심리요법 등을 시행하면 환자의 마음이 밝아지고 죽음에 대해 담담한 태도를 가질수 있어 도움이 된다.

암 환자는 우울증 불안감 섬망(망상을 동반한 일시적 의식장애지만 치매처럼 지속적이지 않음) 등 정신과적 문제에 빠지게 된다. 생의 주도권을 잃었다는 상실감,증상으로 인한 고통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경제적 어려움 등이 이들 정신질환을 유발 또는 악화시킨다. 환자는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고 의사 간호사 호스피스 종교인 자원봉사자 사회복지사 등과 면담해 정서적 지지를 얻어야 한다. 환자는 분노의 감정에 휩싸여 있으므로 주위에서 똑같이 분노의 감정으로 맞받아쳐서는 안 되고 이야기 도중 공감을 표시토록 하며,말을 끊거나 반박하는 것은 삼가는 게 좋다. 지난해 말 국립암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암 환자 가족 중 3분의 2(66.8%)가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암 환자를 돌보다보면 정작 자신의 건강과 직장일에 소홀해지기 쉽다. 따라서 암 환자 가족을 위한 휴식공간과 상담 프로그램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안진석 종양내과 · 이정권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