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점 여주인 납치 사건 피의자 정승희(32)씨가 대포폰 구입 명목으로 지불한 1만원권 위조지폐 27장이 회수되지 않아 시중 유통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경찰이 처음 피해자 측을 통해 건넸던 7천장 가운데 정씨가 6천여장을 소각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타고 남은 재를 정밀감식하더라도 구체적인 매수는 확인하기 어려워 더 많은 위폐가 돌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1일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달 14일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대포폰을 구입하려고 택배기사에게 30만원 상당의 위폐를 넘겨줬다.

경찰은 지난달 종로 포장마차, 혜화동 복권가게, 중랑구 망우동 상점에서 1장씩 발견된 위폐의 경우 정씨가 택배기사에게 준 위폐 30장 중 일부가 유통된 것으로 추정하고 미회수한 위폐를 모두 27장이라고 밝혔다.

정씨가 이번 사건 피해자인 제과점 여주인의 남편을 통해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수사용 위폐 7천장 중 지금까지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확인된 위폐는 모두 730장으로, 정씨는 지난달 17일 오토바이를 사면서 700장을 사용했다.

또 지난달 11일 제과점 여주인을 풀어주면서 건넨 7장은 곧장 경찰에 회수됐으며 같은 날 위폐의 현금화를 문의하기 위해 대구에 사는 친구 신모(34)씨에게 건넨 2장도 신씨에 의해 소각처리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정씨가 나머지 위폐 6천261장의 경우 지난달 23일 경기 부천시 고강동의 은신처에서 모두 불에 태웠다고 진술했고, 현장에서 실제 위폐를 태운 흔적이 발견됨에 따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따라서 문제는 우선 정씨가 대포폰을 사려고 택배기사에게 넘긴 위폐 가운데 남은 27장의 소재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것.
경찰 추정대로 서울시내 3곳에서 발견된 것이 정씨가 택배기사에게 건넨 위폐 일부라면 나머지도 이미 시중에 유통됐을 가능성이 크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로부터 위폐 30장을 건네받은 택배기사와 대포폰 판매자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씨가 나머지 6천261장을 모두 태웠다고 진술하고 있음에도 이를 실제 확인하기 어려워 추가로 위폐가 시중에 유통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위폐를 소각했다는 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의뢰했지만 몇 장을 소각했는지는 국과수를 통해서도 확인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씨가 위폐를 유기·은폐하거나 추가 사용했는지도 수사 중이다"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