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입해 사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만 보면 영장류 중에서 사람은 두 번째에 불과하다. 오랑우탄이 15분으로 가장 길다. 고릴라는 1분,침팬지는 7초 만에 사정한다.

오랑우탄은 인간보다 페니스가 작지만 앞으로 뒤로,나무에 매달린 채로 등 온갖 체위로 사람보다 훨씬 오래 교미한다. 시간으로만 따진다면 사람이 오랑우탄보다 나을 게 없다. 그런데도 인간의 섹스문화가 고등한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오랑우탄의 암컷보다 성적으로 훨씬 더 진화한 여성이 섹스 파트너로 있기 때문이다.

섹스 시간에 대한 관심에 동서양의 구분이 있을 리 없지만 우리가 좀 더 유난스러운 것은 성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최근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한국 남성 대부분은 '섹스=피스톤 운동'으로 여기고 있다. 준비도 안 된 여성을 오직 피스톤 운동만으로 예열시켜 흥분과 극치감을 느끼게 하자니 시간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상대방인 여성은 성 메커니즘이 피스톤 운동만으로는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오랑우탄이나 고릴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인의 경우 삽입 후 사정에 걸리는 시간이 평균 4분이라고 한다. 여성의 신체와 정신 구조는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니 실상 조루 아닌 남성은 거의 없는 셈이다. 그래서 조루의 기준을 두부 자르듯 시간으로 정의할 수 없다는 학자들도 꽤 있다. 여성의 오르가슴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한 시간은 의미가 없다는 견해다. 그래서 어디까지가 조루인가는 여성의 만족도(2회 중 1회 이상)를 기준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만족도로 조루의 기준을 삼는 요즘에도 여전히 시간은 화제다. 경제적인 여유와 섹스에 편리한 주거문화를 갖추면서 그 기쁨을 더 연장하려는 욕심을 탓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삽입도 하기 전에 자신도 모르게 사정하거나, 삽입 후 곧바로 통제력을 잃고 사정한다면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게 효과적이다. 필요하다면 사정 반사를 둔화시키는 약물을 투여하거나 수술을 받아야 하다.

수술적 치료로는 '음경배부신경 차단술'이 있다. 음경을 무디게 해주어 밀려오는 자극을 보다 쉽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귀두가 작을 경우 약물을 주입해주면 귀두 부분이 확대될 뿐만 아니라 둔감해져서 조루 치료 효과까지 나타나니 일석이조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