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여죄 2건 조사 중..정씨는 혐의 부인

제과점 여주인 납치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양천경찰서는 피의자 정승희(32)씨가 지금까지 쓴 것으로 나타난 1만원권 위폐 703장 외에 27장을 추가로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또 정씨와 공범 심모(28.구속)씨가 제과점 여주인을 납치하기 전인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추가 범행을 한 정황을 포착하고 여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에게 위폐 추가 사용 여부를 추궁해 지난달 14일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대포폰을 구입하면서 택배기사에게 30만원 상당의 위폐를 지불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 17일 종로 포장마차와 21일 혜화동 복권가게, 22일 중랑구 망우동 상점에서 1장씩 사용된 위폐는 정씨가 택배기사에게 지불한 위폐 30장 가운데 일부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위폐 유통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대포폰 판매업자와 택배기사의 소재를 찾고 있다.

따라서 정씨가 경찰로부터 건네받은 1만원권 위폐 7천장 가운데 시중에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위폐는 모두 730장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 11일 제과점 여주인을 풀어주면서 건넨 위폐 7장은 바로 경찰에 회수됐으며 같은 날 위폐의 현금화를 문의하기 위해 대구에 사는 친구 신모(34)씨에게 건넨 2장도 소각처리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정씨가 나머지 위폐 6천261장의 경우 경기 부천시 고강동의 은신처에서 모두 불에 태웠다고 진술했고, 현장에서 실제 위폐를 태운 흔적이 발견됨에 따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감정을 의뢰했다.

그러나 택배기사에게 전달한 27장은 회수되지 않은 채 시중에 유통되고 있어 추가 위폐 피해 발생이 우려된다.

경찰은 이와 함께 정씨 일행이 지난해 10월31일 오전 1시20분께 양천구 신정동 한 아파트 인근에서 황모씨를 흉기로 위협한 뒤 SM5 승용차로 납치해 수 시간 동안 끌고 다니며 2천100여만원을 빼앗은 정황을 잡고 여죄를 조사 중이다.

또 지난 1월16일 오전 1시30분께 성북동 주택가에서 귀가하던 신모(51)씨를 폭행하고 신씨의 체어맨 승용차에 강제로 태운 뒤 13시간 동안 감금하고 700여만원을 강취한 사건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지난 14일 제과점 여주인 납치에 사용한 체어맨 승용차를 강서구 화곡동 골목에 버렸다고 해 현장을 수색했으나 발견하지 못했다"며 "체어맨 차량이 사건 해결의 핵심 고리"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세 범행 모두 범인들이 복면과 청테이프 등을 이용해 인상착의를 확인할 수 없도록 한 점 등 범행 수법이 비슷한 점으로 미뤄 정씨 일행의 범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씨는 이들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한편 정씨 일행은 지난달 10일 제과점 여주인을 납치하기에 앞서 서로 역할 분담을 하고 도주 경로를 미리 파악해 둔 뒤 오토바이 판매업자 안모(32)씨로부터 번호판 없는 오토바이를 구입해 예행연습까지 거치는 등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지난달 18일 경찰이 자신을 공개수배하고 현상금을 내걸자 견인차 기사로 함께 일한 친구 손모(33)씨의 명의로 부천 고강동에 쪽방을 얻어 은신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도피 생활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인터넷망을 갖추려던 정씨는 이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친구 명의로 케이블TV 신청 등이 이뤄진 것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에 의해 범행 18일 만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정씨 일행에게 번호판 없는 오토바이를 불법 판매한 안씨를 범행 은닉 혐의로 입건하는 한편 정씨의 도피를 도운 다른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여 혐의가 확인될 경우 형사처벌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cielo7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