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채용 개시, LG도 준비…'인턴확대'에 그칠 수도

이번 달부터 삼성그룹이 신입사원 모집에 나서고, LG 등 다른 대기업들의 인력 계획 윤곽도 드러나면 꽁꽁 얼어붙었던 채용시장에도 다소나마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요 기업들이 일단 전경련 회의 등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와 고용 안정 동참"을 약속했지만, 워낙 경영 환경이 여의치 않아 정규직이 아닌 인턴 채용 확대 등의 '대안'도 검토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청년 구직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계열사들은 이번 주부터 차례로 그룹 채용사이트인 디어삼성 (www.dearsamsung.co.kr) 홈페이지를 통해 채용 공고를 낼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 전체 채용 규모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일자리 나누기'(잡 셰어링) 차원에서 애초 계획보다 채용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최근 계열사별로 대졸 신입사원 초임을 10~15% 깎는 대신 재정적 여력을 일자리 나누기와 고용 안정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7천500여 명, 2007년과 2006년에는 각각 6천750여 명, 8천500여 명 등 최근 3년 동안 최소 6천 명 이상의 신입사원을 꾸준히 뽑아왔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온 삼성이 적어도 올해 역시 적어도 5천 명 안팎의 채용 규모를 유지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약 4천 명의 신입사원을 선발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는 곧바로 이번 주 중 채용 공고를 올릴 계획이며, 삼성 직무적성검사(SSAT) 시험 일정은 다음 달 22일로 잡혔다.

LG그룹 역시 늦어도 이달 중반까지는 인력 채용 방침을 확정할 예정이어서, 계열사별로 이달 후반부터 정기 채용 공고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LG그룹도 지난달 25일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하기 위해 계열사별로 대졸 신입사원 초봉을 5~15% 삭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 관계자는 "현재 계열사들과 함께 구체적 연봉 삭감 폭과 삭감을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정규직을 더 뽑을지, 인턴 채용을 늘릴지 등 여러 실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LG 계열사들은 작년은 약 5천50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작년 1천500명을 뽑은 LG전자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방침이 빨리 나오면 이번 달 안에 상반기 정기채용 공고가 나갈 가능성도 있다"며 "그러나 채용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만간 포스코의 채용 소식도 들릴 전망이다.

정준양 포스코 신임 회장은 지난 27일 선임 직후 "올해 1천~2천 명의 신입사원을 모집하고, 포스코 임직원을 비롯해 외주사 임원들의 임금 일부를 반납받아 상·하반기에 걸쳐 1천600명의 인턴사원을 뽑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의 신입사원 채용이 주로 하반기에 이뤄지는 만큼, 당장 정규직 공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인턴 채용은 신임 회장 체제가 정비되는 대로 시작될 수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신임 회장 선임과 조직 개편에 따른 후속 작업에 2주일은 걸릴 것"이라며 "이후 빠른 시간 내 구체적 인턴 채용 규모와 일정 등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그룹도 일자리나누기 차원에서 신입사원 채용 일정을 애초보다 앞당길 방침이다.

아울러 청년 실업 해소와 글로벌 인재 양성 차원에서 대졸 인턴사원 1천 명을 추가로 채용하고 국내 대학졸업예정자를 해외 현지법인에 두 달간 파견, 근무토록 하는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은 당장 이달부터 시행한다.

LS그룹 역시 인턴 채용 확대를 통해 사회적 고용 문제 해결에 동참할 예정이다.

LS그룹 관계자는 "이 달 초·중순에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인턴 채용 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처럼 봄과 함께 '단비' 같은 일부 대기업의 채용이 시작되더라도, 청년 구직자들의 갈증을 없애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전히 많은 기업이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력 수요 자체를 가늠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인턴사원의 정규직 전환 여부가 불투명하고, 수시 채용이 아닌 정시 채용(공채)의 경우 대부분 일정이 하반기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