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참 노숙자, 고참 노숙자와 자리 시비 끝 살해

고참 노숙자와 신참 노숙자가 서로 `노숙 세계의 룰'을 놓고 다툼을 벌이다 한 명이 흉기에 찔려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27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께 서울 지하철 3호선 고속터미널역에서 노숙하던 박모(35) 씨가 50대로 보이는 또다른 노숙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노숙생활 10년차인 박씨는 사고 장소에서 약 8개월째 노숙생활을 해온 최고참급 노숙자로, 용의자 노숙자는 이곳에서 지내기 시작한 지 열흘 정도밖에 안되는 신참이었다.

사건은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용의자가 이날 오전 노점상 아주머니가 매일같이 떡을 팔기 위해 좌판을 벌이는 노숙장소에 자리를 펴고 앉으려 했던 것이 발단이 됐다.

박씨는 용의자에게 "거기는 떡파는 아주머니가 앉는 자리니까 다른 곳으로 가라"고 말했고, 한참 망설이던 용의자는 결국 박씨의 말을 무시하고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곧이어 둘 사이에 험악한 욕설이 오가더니 급기야 몸싸움으로 번졌고 용의자는 젊은 박씨에게 힘으로 밀리자 흉기를 꺼내 한차례 찌르고 달아났다.

박씨는 한 시민의 신고로 인근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지만 과다출혈 등으로 결국 숨졌다.

경찰은 "주변 노숙인들을 상대로 조사해보니 노숙생활에도 나름대로의 체계(서열)가 있고 그 체계에 따라 (노숙) 자리배정도 이뤄진다"며 사소한 다툼이 살인사건으로 번진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달아난 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해 사고 현장 주변에 설치된 CC(폐쇄회로) TV를 분석해 조사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박씨 시신에 대한 부검을 의뢰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김승욱 기자 hysup@yna.co.krkimsw4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