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특례법(교특법)이 위헌 판정을 받음에 따라 앞으로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했더라도 교통사고를 내 중상해를 입히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은 음주 중앙선 침범 등 11대 중대과실이 아닐 경우 사람을 다치게 해도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했다면 면책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교통사고 발생 현장에서는 당분간 혼란이 예상된다. 지금 당장은 교통사고가 났을 때 어느 정도 상해를 입혀야 처벌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기준이 없어 경찰의 교통사고 수사에도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운전자 입장에서도 앞으로는 교통사고가 났을 때 보험사 직원보다 경찰에 먼저 연락을 해야 하는 등 사고 대응방식이 지금까지와는 달라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통사고 수사 당분간 혼란

이번 판결에 대해 택시 버스 등 관련 업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의 박종갑 기획실장은 "도로사정이라든지 다른 원인으로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판결은 택시기사뿐 아니라 모든 운전자의 문제"라면서 "당장 과실이 40~60%대인 쌍방과실 사고에서는 누가 처벌받게 되는지도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전국버스연합회 황병태 안전지도부장(51)은 "사고는 의지와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데 자칫 교통사고 전과자를 양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교통사고를 단속해야 하는 경찰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찰청 관계자는 "관련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위헌 결정이 났을 때를 대비해 관련 부처와 대책을 마련해놓은 것은 없다"며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법무부와 협의해 지침을 받아 그 지침을 적용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교통경찰관은 "사고가 났을 때 어느 정도 상해를 입혀야 처벌할지 등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하고,그래야 사고 당사자들이 경찰 수사 내용을 받아들일 것인데 그런 잣대가 없어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교특법 관련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라며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조속하게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고나면 보험사보다 경찰에 먼저 연락

지금까지는 사고가 났을 때 경찰서보다는 보험사로 바로 연락해 잘잘못을 따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사고가 나면 곧바로 경찰서에 연락하는 게 중요하다. 경찰에 신고해 객관적으로 사고를 낸 운전자가 어느 정도의 과실이 있는지 경찰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어지는 걸까. 자동차 종합보험은 자기 차가 낸 사고로 본인이 입은 상해 등을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음주 중앙선 침범 등 11대 중과실을 제외한 일반 교통사고로 사람이 다쳤을 경우 치료비만 전액 지급하면 형사처벌을 면제받는 특징이 있었다.

보험업계는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동차 종합보험은 의무보험에 비해 보상 범위가 넓은 만큼 운전자 입장에서는 종합보험에 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동차 사고 줄어들 듯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헌재 결정이 운전자들의 안전운전 의식을 강화시켜 선진 교통문화가 정착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양두석 손해보험협회 상무는 "앞으로 운전자들의 안전의식이 개선돼 교통사고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자동차 사고에 경찰이 의무적으로 개입하게 됨에 따라 각종 보험사기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현재 형사책임을 지울 수 없는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조사를 하지 않았다.

김현석/송종현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