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휘발유 등을 빼내는 조직적인 절도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송유관공사는 2005년 1건이던 송유관 유류 절도 사건이 2006년 15건,2007년과 2008년 각 31건으로 급증했다고 25일 밝혔다. 절도범 수도 2006년 18명이었으나 2007년 36명,2008년 41명으로 늘었고 올해 들어서도 7명이 검거됐다.

최근에는 10명 이상이 모텔을 임대해 지하터널을 뚫고 도유(盜油)를 시도하는 등 기업형으로 진화하는 양상이다. 지난달엔 전남 순천에서 땅굴을 파 송유관을 뚫고 기름을 훔치려던 사람이 유증기에 질식해 숨지기도 했다.

최광식 송유관공사 사장은 "송유관이 파괴되면 기름 손실뿐만 아니라 토양과 수질오염과 같은 2차 피해를 일으킨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며 "경찰과 송유관 인근 지역주민들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도유사건이 늘어나는 것은 국제유가 급등과 국내 경제사정 악화,한탕주의 만연 등에 따른 것이라고 공사 측은 분석했다.

여기에 도유범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아 송유관 손상자만 처벌되고 공범인 연락책 감시조 자금지원자 장물운반 및 판매자 등은 집행유예나 불구속 등으로 풀려나 다시 절도에 나서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송유관공사는 울산 여수 등 5개 정유공장과 전국 대도시 등을 연결하는 1208㎞ 규모의 송유관을 1997년 완공해 운영하고 있다. 공사 측은 순찰 전담 회사 2곳을 신설하는 등 순찰시스템을 강화하고 과학적인 감시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절도가 줄지 않아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도유범들은 지하터널,도강,장거기(1-2Km) 호스 설치,시설임대 등을 통해 도유를 시도하는 전문가형과 전문 도유범들을 모방하는 단순 아마추어형으로 구분된다. 전문 도유범들은 10명 이상이 분업화해 범죄에 나서는 등 수법이 대담해지고 있다.

모방 범죄자들은 안전지식 없이 송유관을 뚫다 유증기에 질식사하는 경우도 있고,기름이 새면 당황해 그냥 두고 도망가 환경오염을 야기하기도 한다.

류시훈 기자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