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총장 "취업 안됐다고 불안해 하지 말고.."
성대총장 "첫발 내딛는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25일 고려대와 성균관대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총장들은 국가의 동량(棟樑 )이 될 졸업생들에게 축하메시지를 전하면서도 최악의 경제위기로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후배들에게 안쓰러운 눈길을 보냈다.

고려대는 이날 오전 10시 교내 인촌기념관에서 '102회 학위수여식'을 열어 학사 4천176명, 석.박사 1천842명에게 학위를 수여했다.

이기수 총장은 "10년 전 국제통화기금 환란시절 선배들이 취업난에 허덕이던 게 엊그제 같은데 또 다시 이런 상황을 맞게 돼 안타깝다"면서도 "명확한 비전을 세우고 그 비전을 창의적 방법으로 이루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빈민지역에서 고생했던 청년시절을 언급하며 "지금 취업이 결정됐다고 자만할 일도 아니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해서 불안해 할 일도 아니다.

영원할 것 같은 고통도 지나고 보면 추억이 된다"고 위로했다.

졸업식에서는 황영조(39)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이 이학박사학위를 받았고 일본 유통업체 이온그룹 창립자 오가타 타쿠야(岡田卓也.84) 명예회장도 명예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도 비슷한 시간 교내 600주년기념관 새천년홀에서 '2008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을 갖고 4천95명에게 학사 및 석.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서정돈 총장과 교무위원 32명은 행사에 앞서 학위복 차림으로 교문 옆 문묘대성전에서 고유례(告由禮)를 지내며 경제 위기 속에 학교를 떠나는 졸업생들의 밝은 미래를 기원했다.

서 총장은 "어려운 시점에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여러분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도 드리고자 한다"며 "언제나 배우겠다는 겸허한 자세와 치열한 도전정신으로 여러분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졸업식에서는 중국 길림성 출신인 왕여우(王維.27)ㆍ리판(李凡.28)씨 부부가 나란히 석사학위를 받은 것을 비롯해 이 대학 법학과 61학번 출신인 김태원(73)씨가 2006년 학사학위에 이어 삼림법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아 갈채를 받았다.

김씨는 일주일에 꼬박 두번씩 고향인 충남 청양에서 서울 혜화동 교정까지 상경해 수업을 들으며 법철학, 노동법 등을 공부했고 '한국 산림에 관한 법적 연구'라는 논문으로 대학 입학 48년만에 석사모를 쓰게 됐다.

50여년이나 어린 강의실 동료들과 세대 차이를 줄이려 검은색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하기도 했던 김씨는 2005년에는 40년간 산림사업 외길을 걸어온 공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바 있다.

평생교육 기관인 방송통신대도 이날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학위수여식을 갖고 1만7천801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30∼40대 장년층에서 60∼70대 노년층까지 각기 다양한 이력을 가진 졸업생들은 식장 여기저기서 가족들과 사진을 찍으며 기쁨을 만끽했고 행사가 끝날 무렵 졸업생 대표가 사은사를 낭독하자 곳곳에서 참석자들이 조용히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