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산리 20농가 20만㎡에 매실농장

한때 '대학나무'로 불렸던 감귤나무를 잘라내고 매실나무를 심어 부농의 꿈을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

24일 오전 매화꽃이 활짝 핀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 이재광(51)씨의 농장에서는 매실나무 밭에 수정을 위한 꿀벌 입식작업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라산매실연구회 회장인 이씨는 지난 2003년 1만여㎡ 농장의 감귤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매실나무를 심었다.

당시 제주도농업기술원이나 농업기술센터 등에서는 매실 농업이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는 육지부에 비해 수확시기가 빠른 매실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모험을 감행한 것이다.

그는 "20년간 농협에 근무하며 단감, 대추, 부추, 달래 등의 작물을 지켜봐 왔지만 제주에서는 소비가 잘 안돼 경쟁력이 없었다"며 "다른 지방을 돌아보다 웰빙시대를 맞아 매실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1년생 묘목을 다른 지방에서 들여다 심을 때는 반신반의 했지만 결과는 좋았다.

묘목이 잘 자라 주었고 이씨는 해마다 재배면적을 늘려 현재 2만6천여㎡의 면적에 매실나무를 재배하고 있다.

그는 2007년 처음으로 소량의 매실을 수확한데 이어 작년에 1톤 가량의 매실을 수확해 ㎏당 5천원에 판매했다.

특히 매실농사는 감귤에 비해 재배방법이 훨씬 쉽다는 장점이 있다.

감귤은 연간 7∼12차례 농약을 뿌려야 하지만 매실에는 농약을 뿌릴 필요가 없고, 김을 매거나 제초제를 치지 않고 예초기로 제초작업만 하는 초생재배 방법을 이용하므로 인력은 물론 경영비가 훨씬 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라 1년생 매실나무를 심을 경우 4∼5년생부터 수확이 가능한데 10년생 매실나무와 감귤나무에서 나오는 조수입을 비교할 경우 현재의 가격으로 봤을 때 매실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감귤원으로 뒤덮여 있던 와산리 지역에서는 이씨와 함께 2명의 감귤농가가 처음 매실나무를 심었으나 해마다 동참하는 농가가 늘어나 2007년 12농가가 10만㎡에 매실을 심고 한라산매실연구회도 창립했다.

올해는 8농가가 추가로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전체 매실 재배면적도 20만㎡로 늘어났고 그만큼 감귤재배면적도 줄어 들었다.

한라산매실연구회는 앞으로 회원들의 매실 재배면적이 100만㎡ 정도로 늘어나면 영농조합을 설립하고 공유지를 임대해 대규모 매실 재배단지와 전문매장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회원들은 다음달에 매실꽃축제가 열리는 전남 광양과 구례 등지에서 열리는 매화축제장을 방문해 매실의 저장과 가공, 판매 등을 벤치마킹을 할 계획이다.

이재광 회장은 "매실 농사는 2월 말에서 3월 초에 수정이 끝난 뒤 80∼90일이 지난 5월 하순에서 6월 초순에 과실을 모두 수확할 수 있어 태풍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며 "매실 농사는 감귤 농사에 비해 경영비가 적게 들어 면적당 수입이 2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4만㎡의 감귤원을 폐원하고 2005년부터 연차적으로 매실나무를 심어 재배하고 있는 김병관(47)씨는 "작년에 400㎏의 매실을 처음 수확했는데 올해는 1톤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며 "몇 년만 더 지나면 감귤 보다 더 많은 수입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라산매실연구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28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이재광 회장의 농장에서 제2회 매실꽃 체험행사를 연다.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kh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