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일어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라미 사무총장은 "전 세계적으로 보호주의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높지만 우리는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보호주의가 확산되면 아무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호주의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주 간단하게 증명할 수 있다"며 "만약 한 국가가 무역장벽을 높이면 다른 나라도 비슷한 조치를 취해 결국 자국의 수출도 타격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라미 사무총장은 특정 산업 부문에 제한적으로 보호주의 조치를 취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이른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조항에 대해서도 자유무역의 대원칙을 벗어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WTO가 규정하고 있는 의무를 지켜야 하며 무역 상대국들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각국의 무역정책에서 보호주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지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이에 대한 보고서를 다음 달 중순 발표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올해 세계 무역 전망과 관련,라미 사무총장은 "전년 대비 3% 감소할 것으로 보는데 이 정도도 매우 보수적인 예측"이라며 "무역 축소가 내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의 지도자들이 무역장벽을 낮추고 시장을 개방하는 것에 대해 WTO와 같은 입장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보호주의를 억제하기 위한 한국의 노력을 지지했다.

그러나 농업 분야에 대해서는 한국이 시장을 좀더 개방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라미 사무총장은 "농업의 특수성을 인정하며 한국이 농업 부문에서 수세적인 입장에 있다는 걸 알지만 궁극적으로 관세와 보조금을 낮추고 시장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