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민 10명 중 9명은 고(故) 김수환 추기경을 존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은 지난 21일 하루 동안 만 19세 이상 전국 남녀 814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김 추기경을 존경한다는 응답이 87.7%에 이르렀다고 23일 밝혔다.

김 추기경을 '매우 존경한다'는 대답도 60.3%로 과반수였고, '별로 존경하지 않는다'거나 '전혀 존경하지 않는다'는 반응은 모두 합쳐도 5.8%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응답자 가운데 가톨릭 신도들은 김 추기경을 존경한다는 비율이 무려 97.4%에 달했다.

하지만 개신교(86.4%)와 불교(90.8%) 등 다른 종교를 믿거나 무교(83.9%)인 경우에도 김 추기경에 대한 존경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김 추기경의 시신이 안치돼 있었던 서울 명동성당이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면 조문하러 갔을 것이란 응답도 69.4%나 됐다.

한편 응답자들은 김 추기경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으로 '인자한 웃음'(31.4%)과 '가난하고 약한 자들을 위한 삶'(23.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종교지도자'(9.2%), '존경스러움'(4.5%), '민주화에 공헌'(3.9%) 등이 뒤따랐다.

또 응답자들의 63.1%는 김 추기경의 참된 종교지도자로서의 기여를 정치.사회 문제 해결에 대한 기여보다 높이 평가했다.

정치.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기여가 더 중요하다는 응답은 30.3%에 그쳤다.

김 추기경이 사후 두 눈의 각막을 기증해 시각장애인 두 명에게 새 빛을 선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기 기증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78%는 생존불가능한 뇌사판정을 받게 된다면 장기를 기증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1992년 한국갤럽 조사 당시의 63.4%에 비해 14.6%포인트나 높아진 결과다.

김 추기경의 선종에 쏠린 국내 언론의 열띤 관심에 대해서는 '보도량이 적당했다'는 응답이 58.2%였고, 다음으로는 '많았다'(29.8%), '적다'(5.8%) 등 순이었다.

이번 조사결과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