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시설공단 "2개이상 업체참여" 거짓해명

경부고속철도(KTX) 2단계 공사의 제5공구에도 `불량 침목'을 납품해 파열사고를 낸 제4공구와 같은 특정업체가 침목을 사실상 독점 공급키로 계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철도시설공단과 관련업체 등에 따르면 고속철 2단계 4공구(대구-울산간 136㎞)에 이어 3월부터 침목 공급이 시작되는 5공구(울산-부산간 117㎞)에도 독일 레일원사(社)가 투자해 설립한 한국내 자회사들이 사실상 침목을 독점 공급할 예정이다.

고속철 2단계의 궤도공법인 `레다2000'의 특허를 보유한 독일 레일원은 제4공구 공사에 자신들의 침목을 공급하기 위해 한국의 천원공업㈜과 각각 55 대 45 지분으로 `천원레일원(유)'을 설립, 침목을 독점 공급(21만여개)해오다 이번에 파열사고를 냈다.

이런 가운데 레일원은 제5공구에도 침목을 공급하기 위해 한국의 태명실업㈜과 지분 35 대 65로 `TM트랙시스템(유)'을 설립, 납품입찰에 참여해 최종 납품업체로 선정되면서 이 입찰에 또다시 참여했던 천원레일원과 각각 8만개, 10만개의 침목을 공급하게 됐다.

결국 경부고속철 2단계 구간의 침목은 4공구와 5공구 모두 레일원측의 자회사들이 독점 공급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이 업체는 철도시설공단측이 지난 2004년 침목생산 시방서에 `레다2000 공법에 맞는 침목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졌거나 납품한 실적이 있는 업체' 또는 `레일원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제조 및 설비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침목공사 입찰에 나서면서 특혜 의혹을 받고있는 상태이다.

특히 사정이 이런데도 철도시설공단측은 침목균열 사고 후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등에 보고한 자료에는 TM트랙시스템에 대한 설명없이 마치 별개의 회사처럼 "태명실업이 제5공구에 참여하는 등 2개 업체 이상이 자재를 공급하도록 해 특혜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제4공구도 천원레일원 외에 ㈜삼성콘크리트와 7만개의 침목을 공급토록 구매계약 체결했으나 부도가 나면서 공급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으나 삼성콘크리트측과도 정식 납품계약이 아니라 독일 레일원과의 기술제휴 등을 전제로 한 `조건부 계약'을 맺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콘크리트 침목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레일원측이 지분을 가지고 회사를 직접 만들어 공사에 참여하는 데 경쟁 관계에 놓일 다른 회사에 기술제휴를 해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이미 결과가 정해진 게임에 한국 업체들을 들러리 세운 것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철도시설공단의 담당 관계자는 "TM트랙시스템은 국내 콘크리트 침목 제조회사인 태명실업측이 65%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통상적인 의미로 5공구에 참여한 업체를 태명실업으로 표기했다"며 "콘크리트 침목은 시장의 수요가 한정돼 있어 신기술 개발이 적고 써보지 않은 기술은 도입하기도 어려워 특정 기술과의 제휴 등을 요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전연합뉴스) 윤석이 기자 seoky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