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옥씨 '76시간7분' 동안 1천283곡 불러
"내 목표는 80시간이었는데"..가족 만류로 중단

'쉬지않고 노래 부르기' 세계기록 도전에 나선 50대 여성이 마침내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 18일 오전부터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의 한 노래방에서 '쉬지 않고 노래 부르기(Longest singing marathon by an individual)' 세계기록에 도전한 김석옥(54.여)씨가 21일 오후 '76시간 7분' 기록으로 이 분야의 `지존' 자리에 올랐다.

김씨는 2007년 8월 미국인 라프래트씨가 세운 종전 기록 '75시간'을 1시간 7분이나 뛰어넘은 것은 물론, 2007년 2월 자신이 세운 한국기록 59시간 48분을 만 2년 만에 갈아치웠다.

김씨는 18일 오전 11시 14분께 박형준의 '첫 사랑의 언덕'이라는 노래로 시작해 21일 오후 3시21분께까지 모두 1천283곡을 불렀다.

그는 '충청도 아가씨', '일편단심 민들레야', '삼포로 가는 길', '그때 그 사람', '얘야 시집가거라', '존재의 이유' 같은 대중가요를 주로 부르다가 세계 기록의 피날레를 김인순의 '여고 졸업반'으로 장식했다.

곡 사이마다 30초, 시간당 5분의 휴식시간만 주어진 탓에 김씨는 식사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틈이 날 때마다 보온병에 담아온 꿀물과 귤, 바나나 등으로 끼니를 때워 가며 76시간이 넘는 길고 긴 도전을 이어갔다.

도전을 시작한 후 전혀 잠을 자지 못한 그는 '얏', '아자', '할 수 있어', '이제 1시간 남았네'라는 구호를 외치며 밀려오는 졸음을 떨쳐냈다.

특히 이날 새벽에는 목이 심하게 잠기고 졸음까지 쏟아져 노래를 중단해야 할 극한상황에 내몰리기도 했지만, 응원에 나선 아들과 노래방 직원, 한국기록원 스태프들의 열띤 응원 덕에 기사회생했다.

김씨는 도전 첫날보다 얼굴 색깔이 시꺼멓게 변하고 눈도 뜰 수 없을 정도로 고단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기록을 경신하고 나서는 환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오후 2시 14분께 종전 세계기록을 깬 뒤에도 앞으로 나올 도전자를 의식해 노래 행진을 계속했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던 가족과 한국기록원 스태프들이 쇠약해진 김씨를 보고 말리기 시작했고, 그는 끝내 자의반 타의반으로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9개월 전 남편과 사별하는 아픔을 이겨내고 신기록 도전을 준비해 온 김씨는 강행군을 멈춘 뒤 "원래 목표가 80시간이었는데 이렇게 끝나게 돼 오히려 화가 난다.

아쉽다"며 지치지 않는 열정과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금 말을 하기에 힘들다.

너무 힘들다"면서 지칠 대로 지친 몸을 가족에 맡겼다.

도전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김씨의 친오빠 광진(70)씨는 "어릴 때부터 정신력이 강해 무엇을 하든 지 시작하면 뿌리를 뽑는 성격이었다"고 김씨를 평가했다.

영국 기네스월드 레코드의 회원사인 한국기록원은 김씨의 도전과정을 담은 영상 및 사진자료를 영국 본사로 보내 세계 기록 인증절차를 밟게 된다.

두 달여간 심사과정을 거쳐 공인기록으로 인정되면 기네스북에 등재된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