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청 3명 뽑는데 98명..33대 1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환경미화원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20일 광주 북구 일곡도서관 옆 운동장에서 열린 북구청 환경미화원 체력검정에는 3명을 뽑는 데 총 접수인원 110명 가운데 여성 응시자 3명을 포함해 98명이 모였다.

33대 1의 경쟁은 현장에 영하의 추위도, 바람에 날리는 눈도 녹일 정도로 치열했다.

첫 번째 관문은 모래주머니 오래 들고 있기.
남녀 차이를 고려해 남성은 30㎏짜리를 들고 2분30초를, 여성은 21㎏짜리를 들고 1분45초를 버텨야 만점이었다.

저마다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얼굴이 시뻘개졌지만 단 1초라도 더 버티려고 안간힘을 썼다.

힘이 달려 1분을 조금 넘겨 모래주머니를 내려놓은 응시자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두 번째는 모래주머니를 들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달리는 시험이었다.

어깨에 모래주머니를 짊어지고 100m를 달려 온 응시자들은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주머니를 내던지거나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모래주머니 오래 들고 있기에서 만점을 기록한 주부 김송희(42.여)씨는 "여성이지만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응시했다"며 "맞벌이를 하려고 남편 몰래 응시했는데 경쟁자들이 많다"고 걱정했다.

북구청은 당초 체력검정에서 15명을 뽑아 최종 면접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근력만 기준으로 삼아 환경미화원을 선발하는 건 공평하지 않다'는 지적을 감안해 체력검정 통과자를 30명으로 늘렸다.

북구청 관계자는 "응시자들 상당수가 대학을 졸업했거나 석사학위를 받은 고학력자여서 깜짝 놀랐다"며 "환경미화원의 처우가 좋아지기도 했지만 취업이 힘든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