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경남 창원시에 '작고 아름다운 세상'이 탄생했다. '더 시티세븐(THE CITY7)'이다. 어느새 '국내 최초의 콤팩트 시티'이자 '첨단 복합단지'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고 있다. 일부에서는 서울 강남의 코엑스나 세운상가가 '최초 복합단지'라고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이들은 2% 부족한 단지들이다.

콤팩트 시티나 복합단지는 도심개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상업 · 업무 · 주거 · 문화 · 교육 · 숙박 등 원스톱 라이프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다. 이런 점에서 서울의 두 곳은 콤팩트 시티로는 한계가 있다. 물론 더 시티세븐도 건축학적으로 더 신중한 분석과 평가가 있어야 하겠지만 지금까지의 현대적 복합단지 개념을 가장 충실하게 따른 작품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는 복합단지를 설명할 때 굳이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후쿠오카 캐널시티 등을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2~6년쯤 후에는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비롯해 판교 · 동탄 · 은평 · 광교 등 신도시에서 10여곳의 콤팩트 시티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어쨌든 더 시티세븐이 세상에 나온 지 8개월이 다 돼가지만 건축적 의미와 해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좋은 건축물은 자랑하고 소중히 여길 때 그 가치가 살아난다.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아무리 건축 명작이었다 해도 뽐내고 내세우지 않았다면 관광명물이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더 시티세븐은 서울 · 수도권이 아니라 영남권의 중견도시 창원에 들어섰다. 창원은 1970년대 산업화 바람을 타고 계획도시로 개발된 곳이다. 한때는 잘 나갔지만 지금은 개발 열기가 주춤한 상태다. 더 시티세븐도 이 같은 여건 탓에 3년의 개발 진통 끝에야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개발 업체인 '도시와 사람'의 하창식 회장은 기획단계부터 지역의 활력 회복과 국가적 명물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열정을 쏟았다. 그는 건축학을 전공한 건축가여서 프로젝트 기획과 시공,사후관리까지의 총괄 과정을 꼼꼼히 챙겼다.

더 시티세븐은 창원 두대동 남측의 대상공원 산자락 부지에 자리잡았다. 연면적 43만㎡(13만평)에 컨벤션센터(1개동),쇼핑몰(3개동),특1급 호텔(15층 321실),트레이드센터(22층),오피스텔(32층 2개동,43층 2개동에 1060실) 등 5개 파트로 구성됐다.

단지 뒤쪽에 배치된 호텔과 오피스텔은 초고층 건물로,멋진 스카이라인을 그리고 있다. 외관의 탁월한 조형미도 기존 지방 도시의 건축물에서는 보기 힘들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5개의 테마시설 가운데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쇼핑몰이다. 단지 앞쪽에 방문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치된 상가는 3개동의 건물로 이뤄졌다. 모두 천장이 뚫린 '콘 형태'로 독특한 미감을 드러낸다.

시티세븐몰은 지하 1층,지상 5층에 연면적 9만7020㎡ 규모다. 방문객들이 옆으로 이동하면서 쇼핑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된 '오픈 스트리트몰'이다. 각각의 건물은 하늘 · 땅 · 물 등 세 가지 자연요소를 테마로 잡아 설계됐다. 명칭도 스카이콘(Sky cone),어스콘(Earth cone),워터콘(Water cone) 등으로 붙였다. 각 콘에는 분수광장,옥상정원,조각공원 등 다양한 테마공원을 넣어서 쇼핑몰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조형물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세개의 건물 모두 중앙공간을 방문객들을 위한 문화 · 편의공간으로 내줬다. 상업공간에서는 보기 힘든 배려다. 또한 중앙공간에 천창을 둬서 하늘의 빛이 그대로 쏟아지도록 했다. 각 층간을 연결시키는 에스컬레이터 역시 엇갈리게 배치해서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쇼핑몰과 오피스텔,호텔,트레이드센터 등은 산책로로 가볍게 엮여 있다. 걷다보면 어느새 분수가 쏟아지는 옥상광장에 닿는다. 오피스텔도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욕심을 부른다. 사방으로 탁트인 조망이 뛰어난 데다 유명 작가들의 조각품들로 멋을 부린 조경도 일품이다.

호텔은 세계적인 호텔 브랜드인 풀만 호텔이 운영을 맡고 있다. 경남도 내 최초 특1급 호텔로 15층 321객실 규모다. 로비에서 객실까지 호텔 전체를 작품 전시장으로 꾸며놓은 갤러리 호텔이다.

더 시티세븐의 설계는 일본 롯폰기힐스를 설계한 미국의 저디 파트너십과 국내 에이그룹이 했고,경관 조명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조명을 디자인한 호주의 LDP사가 담당했다. 시공은 GS건설 현대건설 KCC건설이 맡았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