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강의를 들으며 학위를 딸 수 있는 사이버대(원격대)가 인기를 끌면서 모교인 '오프라인 대학(일반 4년제 대학)'들을 위협하고 있다.

19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 간 학점교류가 활성화되면서 일반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사이버대 강의에 몰리고 있다. 2004년부터 학점을 교류한 경희대와 경희사이버대가 대표적으로 경희대 학생들이 자체 강의보다는 사이버대 강좌를 선호하면서 경희대 기존 교양수업이 폐지되는 사례마저 발생하고 있다.

경희대 관계자는 "작년에만 수강신청 빈도가 떨어지는 교양과목 20~30개를 정리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교양강좌에 이어 전공수업까지 사이버 강좌를 들을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어 경희대쪽에서 난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대 강의가 오프라인 대학 강의보다 선호되는 이유는 자산관리나 회계 등 특색있고 실용적인 과목이 많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대학처럼 교수가 권위적이지 않고 학생 중심의 교육을 펼치는 점도 인기 원인 중 하나다. 또 학생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되는 일 없이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경희대생 정지원씨(23)는 "오프라인에서는 몇년째 똑같은 커리큘럼으로 강의하는 등 강의가 무성의한 경우가 많은데 사이버대 강의는 준비도 철저히 하는 등 수준이 높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사이버대학교가 모교인 오프라인대학 못지 않게 인기를 끌자 교수진들도 사이버대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경희사이버대 전임교수 모집에는 20 대 1의 경쟁률을 보여 사이버대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게 했다. 특히 지원자들 가운데는 경희대에서 강의를 하던 교수도 속해 있어 사이버대의 위상이 본교를 위협할 정도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전국 18개 사이버대의 모임인 원격대학협의회의 이영세 이사장은 "사이버대의 비전과 미래를 보고 우수한 인력들이 많이 몰리고 있다"며 "하버드나 코넬대 출신들도 교수 모집에 지원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밝혔다. 실제 경희사이버대,한양사이버대 등 일부 메이저 대학은 오프라인 대학보다 더 나은 처우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어 우수한 인재가 몰려든다는 설명이다.

경희사이버대학교 호텔경영학과 김혜영 교수는 "사이버대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기존 오프라인 대학이 제공하지 못하는 새로운 교육을 시도한다는 점"이라며 "미래에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사이버대의 형태를 띠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