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으로 대학졸업식도 `살풍경'총장 "오늘은 그리 밝지 않으나..."

경기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으로 한껏 들떠야 할 대학 졸업식장의 분위기도 가라앉고 있다.

취업에 성공한 졸업생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앞으로 일자리를 찾아 헤매야 하는 `사회 초년생'들의 얼굴에는 대학공부를 마쳤다는 기쁨보다 걱정이 더 짙게 배어 있었다.

18일 2008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이 열린 경희대에서 만난 김모(26.행정학)씨는 가벼운 표정으로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었다.

최근 한 금융업체에 취업해 연수 중 이날 졸업식에 참석한 김씨는 "내가 원하는 업종의 직장을 구해 한숨을 돌렸다"며 "힘들게 들어간 만큼 최고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졸업과 동시에 `백수'가 돼버린 김모(28.언론정보학)씨의 사정은 다르다.

김씨는 "졸업을 하니까 걱정이 앞서고 사회에 나갈 생각을 하니 불안하다.

졸업 이후에 대해 결정된 게 없어 더 큰 일"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회사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는 김씨는 지난 학기에 60군데에 원서를 내봤지만, 번번이 면접에서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빨리 취업해 3학기 동안 대출받은 학자금 900여만원을 갚아야 하는데 눈앞이 캄캄할 뿐이다.

김씨는 "주변을 보면 취업난이 심각함을 느낀다.

졸업생들을 많이 뽑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5년 전부터 학교 고시반에서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했다는 박모(26.경영학)씨는 "7년간 다닌 학교를 그만 다녀도 된다니 속이 시원하다"면서 "그래도 그동안 학교에 편하게 머물렀는데 앞으로는 그렇지 못할 테니 섭섭하기도 하다"고 복잡한 속내를 털어놨다.

박씨는 "어젯밤 부모님이 나에게 그동안 수고했다고 하셨는데 마땅히 해 놓은 게 없어서 죄송한 마음이 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이나 어렵다는 취업 장벽을 뚫고 졸업식에 참석한 예비 사회인들도 마냥 즐거운 표정만은 아니었다.

증권회사에 취업했다는 이모(26.경제통상학)씨는 "한편으로 사회에 진출해 기쁘기도 하지만 경제상황이 어려우니까 내 마음도 무겁다"고 말했다.

이날 5천520여 명의 졸업생에게 학위를 수여한 조인원 경희대 총장은 "여러분이 교정을 떠나면서 당면한 중요한 과제는 `적응과 창조'라는 화두일 것"이라며 "사회로 진출하는 오늘은 그리 밝지 않지만 그럴수록 미래를 준비하며 더욱 창조적인 인생을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