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87세로 선종(善終)한 김수환 추기경의 기념관 건립이 추진된다.

정부 관계자는 17일 "한국 천주교 사상 첫 추기경인 고인이 차지해온 사회적 비중과 종교적 상징성 등을 생각할 때 기념관 건립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종교단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가 기념관 건립에 먼저 나설 수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천주교계가 건립을 추진할 경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 추기경 기념관은 유품 전시관을 비롯해 일대기를 보여줄 영상 자료관, 문화예술 공연 및 전시장 등으로 구성하는 것이 기본방안"이라면서 "구체적 추진 계획은 천주교계와 충분히 협의하고 나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1922년 5월 대구에서 출생한 고인은 1951년 사제품을 받았고 1966년 초대 마산교구장을 거쳐 1968년 대주교로 승품한 뒤 서울대교구장에 올랐다.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한국인 최초 추기경으로 서임된 고인은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아시아 천주교 주교회의 구성 준비위원장 등을 역임한 뒤 1998년 정년(75세)을 넘기면서 서울대교구장에서 은퇴했다.

고인의 선종 소식이 전해지자 이명박 대통령은 "추기경을 잃은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며 애도했고, 정치권과 종교계, 일반 시민도 "이 땅의 큰 어른을 잃었다"며 슬픔을 표시했으며, 유해가 안치된 명동성당에는 선종 이틀째 조문 행렬이 그치지 않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