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가고 싶어 하시던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미루고 미루다 올해 결혼 40주년 기념으로 가시기 위해 한푼한푼 돈을 모으고 날짜를 기다려 왔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가시다니요."

정월대보름인 지난 9일 경남 창녕군 화왕산에 평소 잘아는 후배들과 함께 억새태우기 행사에 갔다가 참사로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다 17일 숨진 강기석(65.함안군 칠원면) 씨의 유족들은 가슴이 찢어질 듯한 아픔에 젖었다.

참사가 난 당일 온몸에 80%의 화상을 입고 일주일간 병원 중환자실에서 심한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그냥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생각에 강 씨의 아들 민규(37) 씨는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

민규 씨는 "다음달 교육계에서 퇴직하시는 후배분들 내외와 그토록 가고 싶어 하시던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계셨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가시다니 정말 믿기지 않는다"며 원통해했다.

강 씨는 창원여중 행정실장으로 근무하다 정년 퇴직했다.

민규 씨는 "평소에 너무나 자상하고 인자하신 아버지는 친구들을 좋아하고 산행을 즐기셨다"며 "5월이 되면 둘째가 태어난다고 활짝 웃으시던 아버지의 모습을 이제 뵐 수 없게 됐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강 씨와 참사가 난 당일 숨진 교사 백계현(54) 씨와 함께 산행을 했던 이모(63.창원 거주) 씨는 "함께 교육계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서로 산을 좋아하고 함께 이날도 함께 산행을 했는데 이렇게 나 혼자만 살아남아 정말 죄인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함께 산행을 했던 강 씨와 백 씨보다 불과 2~3m 가량 뒤에서 행사를 지켜보다 참사를 면했다.

이 씨는 "형님(강씨)은 정말 청렴하고 올곧은 분이셨다"며 "다음달에 내가 퇴직하면 함께 미뤄왔던 해외여행을 가자며 손꼽아 기다려 왔는데 결국 여행을 갈 수 없게 됐다"며 안타까웠다.

강 씨의 빈소는 마산삼성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일은 오는 19일.


(마산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choi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