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김수환 추기경이 16일 선종(善終)하자 각계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종교계는 물론 정 · 재계 인사들과 시민들도 하나같이 "큰 별이 졌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평생을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을 몸소 돌보며 참된 종교인으로서의 길을 실천해왔던 '큰 어른'의 타계여서 슬픔은 더욱 컸다. ??…이날 저녁 빈소가 마련된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는 1200여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 속에 안치식이 거행됐다. 오후 7시부터 명동성당 대성전에 모여 기도를 드리던 시민들은 김 추기경의 시신이 성모병원에서 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일제히 대성전 문을 향해 일어나 마지막 길을 떠나는 고인을 맞을 채비를 했다. 오후 9시40분께 하얀 천에 덮힌 시신이 서울 교구회 신부 8명의 손에 이끌려 대성전 문 안으로 들어오자 시민들은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며 관 주위로 몰려들었다.

시신 운반이 끝나자 정진석 추기경은 성수를 관에 뿌리는 '성수예절'과 향로를 들고 관을 한 바퀴 도는 '분향예절'을 행하고 붉은 방석에 앉아 엄숙히 기도를 올렸다. 시민들도 일제히 "추기경 스테파노를 구원하소서.주님의 거룩한 부활로"라고 연도(천주교에서 고인에게 드리는 기도)를 바쳤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나라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고비마다 국가 원로로서 큰 역할을 해오셨던 추기경님을 잃은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애도했다. 한승수 국무총리 내외와 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송월주 조계종 전 총무원장도 명동성당을 찾아 김 추기경의 마지막 길을 기렸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김 추기경의 선종에 애도의 뜻을 전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에게 보낸 전보에서 김 추기경의 선종으로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른 종교계에서도 잇따라 애도를 나타냈다. 권오성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는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인 김 추기경은 민주화와 인권운동을 하며 어려운 사람을 위해 살았다"면서 "무엇보다 개신교와 함께 교회일치운동을 함께 해 온 분이어서 더욱 안타깝다"고 슬퍼했다.

조계종은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 명의의 애도문을 통해 "종교계의 큰 스승이었던 김 추기경의 선종을 불교계 사부대중과 함께 애도하고 이웃의 고통을 대신해 살아오신 평생의 지표가 이 땅에서 실현되기를 기원하면서 천주교인들의 슬픔과 함께 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경제계는 한국 사회의 큰 별이자,우리의 영원한 성인인 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진심으로 애도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추기경님의 생전 가르침을 이어받아 경제계도 우리 사회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경제 살리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신영/이고운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