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SK케미칼연구소 터파기공사장 붕괴사고를 수사중인 경기도 분당경찰서는 16일 시공업체를 상대로 부실시공과 안전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 집중수사중이다.

경찰은 이날 시공사인 SK건설 관계자 4명과 하청업체 관계자 등 10여명을 불러 사고 원인과 당시 상황, 대피 경위, 공사과정의 안전조치 여부 등에 대해 조사했다.

경찰은 "SK건설 관계자들이 참고인 조사에서 '소화전 누수와 (최근 내린) 비로 지반이 약화됐다'고 붕괴원인을 주장했다"며 "공사장 옆 도로를 개설하며 소화전을 매설한 삼성물산 관계자들을 불러 진위를 파악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터파기 공사장의 흙막이벽이 지하 5층 22m 깊이의 주변 흙 하중을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는지, 또 설계대로 설치됐는지 여부를 조사중이다.

현장을 본 전문가들은 지층 구조가 쉽게 붕괴될 수 있는 지질이라고 지적하며 흙막이벽을 보강하는 설비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는 "무너진 면이 편마암 단층구조로 단층면이 30∼40도 공사장 쪽으로 기울어 있어 쉽게 붕괴될 수 있는 지질이었다"며 "시공사 측이 이러한 지질을 고려해 안전시공을 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터파기공사가 설계도면대로 시공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SK케미칼연구소 건물 설계.감리회사인 희림종합건축사 관계자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또 무너진 흙막이벽 위에 설치했던 복공판이 적정시공됐는지도 수사중이다.

사고로 숨진 3명은 복공판에 얹어놓은 컨테이너에 있다가 흙막이벽과 함께 복공판이 무너지며 추락해 숨졌다.

경찰과 함께 현장조사를 벌인 경인지방노동청 성남지청 관계자는 "복공판 위로 덤프트럭 등 중장비가 자주 드나든 것으로 봐 이들 장비가 복공판과 흙막이벽에 지나친 하중을 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사고 며칠 전부터 붕괴 조짐이 있었다는 일부 인부들의 주장과 관련,현장 책임자들이 붕괴 징후를 사전에 알았는지, 사고를 전후한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도 조사중이다.

경찰은 부실시공 등 공사 관계자들의 잘못이 드러날 경우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동판교 택지개발지구 내 SK케미칼연구소 터파기공사장에서 15일 오전 8시25분께 흙막이벽과 컨테이너 사무실이 무너지며 인부 3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했다.

(성남연합뉴스) 최찬흥 김동규 기자 c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