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빔 와이어 끊어지는 소리 '뚝' '뚝' 4번 난뒤 '와르르'"

"흙막이벽 H빔 와이어가 끊어지는 소리가 몇 차례 난 뒤 H빔과 흙더미, 상판의 컨테이너가 순식간에 바닥으로 쏟아졌어요."

15일 붕괴사고로 1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판교신도시 내 SK케미칼연구소 터파기 공사현장에 투입됐던 인부들은 긴박했던 사고 당시 상황를 떠올리며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인부 차승동(67)씨는 "아침 7시30분에 조회와 안전교육을 마치고 터파기 현장 바닥에서 배수작업을 시작한 지 1시간여 만에 한쪽 면에서 흙이 쏟아져 내리는 것을 발견, 반대방향으로 황급히 달리다 무너지는 철골에 목부위를 맞아 의식을 잃었다"고 말했다.

다른 인부 이동길(60)씨는 ""H빔 위에서 크레인 유도작업을 하는데 갑자기 관리책임자가 작업중단을 지시해 이동하던 도중 굉음과 함께 H빔이 무너져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며 사고 순간을 회상했다.

이 씨는 "돌더미와 흙더미에 오른쪽 다리를 깔렸다가 구조됐고, 주변에는 흙과 철 구조물에 매몰돼 손만 내민 채 구조요청을 하는 동료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인부는 "(H빔을 지탱하는) 와이어가 끊어지는 소리가 '뚝' '뚝' 네번 난 뒤 흙막이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공사업체 측이 사고 발생을 감지하고도 긴급조치를 취하지 않아 화를 키웠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인부는 "긴급상황이면 사이렌을 울리든가 해 긴급 대피를 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 데 그런 조치가 없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붕괴 직전 터파기 현장에 있던 중장비 기사들은 사고를 먼저 알고 자리를 피했고 사상자들은 사고 위험을 미처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인부들의 진술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장에는 37명의 인부가 투입됐으며 사상자 11명 외에 26명은 붕괴 당시 현장을 신속히 빠져나오거나 지상에서 근무해 화를 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연합뉴스) 심언철 김동규 기자 c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