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후 만남, 무료 주선사이트 인기

불황이 데이트 전략까지 바꿔놓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데이트 주선 사이트가 반짝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경기침체 속에서 데이트 비용을 절약하려는 미혼 남녀가 늘고 있다며 각종 사례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휴고 크리스토퍼(34)는 값비싼 레스토랑에서 만남을 피하기 위해 '심야 데이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저녁 데이트를 앞두고 상대방에 전화를 걸어 "늦게까지 일하는데 9시에 만날까? 난 사무실에서 샌드위치로 때울 테니 당신도 먼저 먹어"라고 말하면 된다.

함께 식사를 해야 한다면 "레스토랑에서 최고는 역시 하우스와인이라고 들었어. 한 병 시킬까"라고 선수를 친다.

이마저 원천봉쇄하고 싶다면 저녁의 공식 데이트 대신 '간식 데이트'를 제안한다.

남성에 '희소식'도 있다.

런던 변호사인 소피 쇼(29.여)는 "예전엔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내는 것을 당연시했는데 요즘 들어서는 꼭 그래야만 하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데이트 주선 업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온라인 주선 사이트 가운데 무료사이트가 2006년 8%에서 지난해 24%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주선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샘 야간은 검소한 사람이라면 무료 사이트에 눈을 돌릴 것이라며 불황과 함께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인터넷 주선업 협회'의 마크 브룩스 회장은 "한 달에 20달러는 많은 돈이 아니다.

저녁에 나가서 더 많은 돈을 낭비하면서 아무도 만나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다"며 무료 사이트의 '장밋빛 전망'에 반론을 펴기도 했다.

오프라인 주선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메리 밸포어는 또 "많은 남성들이 인터넷으로 상대방을 찾기 시작한 반면 여성은 여전히 업체를 방문하고 있다"고 말해 남성이 비용절감을 위해 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줬다.

(서울연합뉴스) 함보현 기자 hanarmd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