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20~30대 남자 2명이 서울에서 제과점 여주인을 승용차로 납치했다가 19시간 만에 풀어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들은 경찰이 피해 여성의 남편을 통해 건넨 가짜 돈을 챙겨 도주했다.

13일 서울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밤 11시 40분께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남자 2명이 강서구의 한 제과점에 침입해 현금 80만원을 빼앗은 뒤 주인 A(39.여)씨를 자신들의 승용차로 납치했다.

이들은 11일 오전 1시 55분께 A씨의 휴대전화로 남편(39)에게 전화를 걸어 "부인을 인질로 잡고 있으니 현금 7천만원을 준비하라"고 협박한 뒤 두 차례 더 협박전화를 걸었다.

이후 범인들은 A씨의 신용카드로 동작구 사당동 편의점 등의 현금인출기에서 120만원가량을 빼낸 것으로 조사됐다.

납치신고를 받은 경찰은 같은 날 오후 2시께 위폐 7천만원을 넣은 가방에 위치추적장치(GPS)를 부착해 남편을 통해 성산대교 인근 주차장에서 범인들에게 전달하도록 한 뒤 달아나는 용의자들을 추적했으나 검거하지 못했다.

이들은 2시간여 만에 위폐를 챙긴 뒤 가방을 신도림 공구상가 인근에 버리는 수법으로 경찰의 추적망에서 벗어났다.

범인들은 이후에도 2시간가량 A씨를 승용차에 태워 서울 곳곳을 배회하다 같은 날 오후 6시30분께 경기도 광명의 한 도로변에 A씨를 내려주고 나서 종적을 감췄다.

A씨는 경찰에서 "남성들이 눈을 가려 인상착의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목소리를 통해 추측해 볼 때 한 명은 20대, 다른 한 명은 30대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가게의 CC(폐쇄회로)TV를 판독한 결과, 범인들은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주방에 있던 A씨를 제압한 뒤 불을 끄고 돈을 훔쳤다"며 "이런 일련의 과정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점에 비춰 A씨 가게에 대한 사전 조사를 충분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범인들은 지문을 남기지 않으려고 장갑을 낀 채 A씨의 휴대전화로만 남편에게 전화를 했고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를 섞어 얘기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범인들이 탄 차량이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주요 도로의 CCTV를 확보해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위폐를 사용할 것에 대비해 한국은행에 협조 요청을 하는 한편 전국 경찰서에도 공문을 보내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cielo78@yna.co.kr